현대인들에게 감기 다음으로 흔한 병이 있다면 그건 단연 요통이다. 인체 중심인 허리를 지탱하는 요추는 일상생활에서 굴신과 회전을 통해 운동 부담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고, 심지어 가만히 앉아있어도 4,5번 요추는 무거운(?) 상체 체중을 감당해야 한다. 이 때문에 요추 사이의 추간판이 눌리거나 손상 당해 통증을 호소하는 추간판탈출증(디스크)과 같은 척추관련 환자는 점점 늘고 있다.
대구 달서구 진천동 보강병원 지용철(57) 병원장은 수술 도구와 기법이 열악했던 20여년전 영남대의료원에서 처음 척추수술을 시작, 1994년 개원 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오직 한 분야에 인술을 심고있다.
"86년에 원시적인 수술기구로 10시간에 걸쳐 척추수술을 한 적이 있죠. 미국인이었는데 당시만 해도 대구엔 척추수술에 대한 노하우나 전문의가 없어 외과 교과서를 펴놓고 수술을 했습니다." 결국 환자는 상태가 좋아지지 않아 미국 본토로 후송됐다. 그때 지 원장은 한계를 느껴 이듬해 바로 짐을 사서 미국 뉴욕대병원으로 향했다.
예민한 신경과 민감한 주변조직에 둘러싸인 척추를 수술하려면 상당한 훈련과 고도의 테크닉이 요구된다. 자칫 실수라도 하면 신경손상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미개척 분야 의술을 터득하기 위해선 나름의 모험도 필요한 거죠." 신경조직 손상과 출혈을 최소화 하려면 척추와 인근조직에 대한 해부학적 지식 및 외과적 접근의 숙달이 필수적이었던 것. 이 후 실패를 성공의 밑거름으로 삼기 위해 많은 워크샵(사체실습)과 동물실험도 하게 된다.
지 원장은 이처럼 끊임없는 자기개발로 8년간의 대학교수와 13년간의 개원의사를 통틀어 현재 7천례가 넘는 척추수술 기록을 갖췄다.
90년대 대구에서 처음으로 미세현미경을 이용한 추간판제거술을 시도했고 4,5년 전부터는 내시경을 이용한 추간판제거술을 시술하면서 평균 재발률이 10%에 머무는 개가를 올렸다.
"각각의 수술은 나름의 장단점이 있습니다. 미세현미경을 이용하면 시술자의 시야가 확보돼 보다 정확한 수술이 가능하지만 전신마취와 절개부위가 넓다는 단점이 있는 반면, 내시경을 이용하면 국소마취로 절개부위가 작지만 시술자의 노련미가 있어야 합니다. 시술자가 미숙하면 오히려 신경손상 등의 부작용이 따를 수 있는 거죠." 일례로 내시경 수술이 삐져나온 추간판을 약 10분의 1만 제거한다면 미세현미경수술은 5분의 1까지 제거할 수 있다. 이 경우 남아 있는 추간판이 다시 요통을 일으킬 수 있어 재발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지 원장도 처음 내시경을 도입했을 당시 시행착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내시경을 이용한 추간판제거술을 시행하면서 행여 재발을 호소하는 환자들에 대해선 외면하기보다 다시 시술해주는 과정을 통해 재발률 최소화에 혼신의 힘을 다했다. 논문'실패한 요추간판 탈출증 수술의 임상적 분석'은 이러한 노력의 결과다.
실패를 감추기보다 드러냄으로써 수술 성공률을 최고로 끌어올렸던 것. 그는 또 일찍이 요통환자들에게 재활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추간판은 100명 중 2명이 잠을 자다가도 터질 수 있고 이중에서도 약 10%만이 수술이 필요하다. 따라서 약물이나 주사로 일단 통증을 잠재운 후 운동과 물리치료만으로도 얼마든지 호전될 수 있는 것이 추간판탈출증. 건강한 척추를 위한 바른 자세의 유지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개원 후 10년이 넘도록 매주 토요일마다 척추교실을 열어 만성 요통환자의 일상생활 속 바른 자세를 강의해 온 것도 이 때문입니다."덕분에 그에겐 척추환자 팬들이 많다.
지 원장은 지금도 스스로를'건강한 척추생활의 전도사'로 칭하며 척추질환 개선에 대한 강한 집착력과 애착을 보이고 있다. 저서로는 척추질환에 대하여'가 있고 논문은 13편이 있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프로필
△1975년 경북대 의대 졸업 △92년 전북대 의과대학원 의학박사 학위 △86~94년 영남대 의대 신경외과 교수 △87년 미국 뉴욕대학병원 연수 △88년 미국 메이요클리닉, 일본 홋가이도병원 연수 △90년 미국 클리브랜드척추센터 연수 △미국 척추학회 정회원 △대한 척추신경외과학회 상임이사 △94~현재 보강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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