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돌팔이를 아십니까

요즘도 '병원 쇼핑족'이라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떠돌고 있다. "의료 서비스에 관한 피해 접수가 해마다 느는 만큼, 소비자 입장에서 병원을 신중하게 고르는 태도는 필요하다"는 소비자 측의 주장과 "소비자 권리를 찾는 것도 좋지만, 의료지식이 부족한 일반인이 서비스나 가격, 시설 등으로 병원을 평가하고 소문내는 것은 병원 선택의 핵심인 의료의 질을 경시하는 것으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병원 측의 반박 또한 여전하고, 나름대로 일리도 있다. 특히 전혀 예상치 못했던 진단이나 큰 수술을 권유받았을 때 한 번쯤은 그 사실을 재확인해보거나 혹 다른 방법은 없는지 챙겨보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또 병이 길어지면 귀가 얇아진다고, 긴 병치레를 하다 보면 어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야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이러한 일이 우리네 사소한 일상으로까지 이어진다면, 이야기는 사뭇 달라질 수 있다.

돌팔이의 사전식 풀이는, '떠돌아다니며 점이나 기술 또는 물건을 팔아 가며 사는 사람' 또는 '제대로 된 자격이나 실력이 없이 전문적인 일을 하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즉,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어설픈 기술을 파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돌다'와 '팔다'가 결합됐다는 것이다. 애초에 제대로 된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도망치듯이 돌아다니는 건지, 혹은 내일을 기약할 필요가 없이 돌아다니기 때문에 마구잡이로 엉터리를 파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돌팔이'라는 이름에서 문득 '돌아다니면서 파는 것'과 '돌아다니면서 사는 것'은 과연 얼마쯤 다른 것일까를 자문해 본다. '서로 간에 최소한의 책임감이나 염치를 나누기에는 물리적으로나 심정적으로나 시간이 턱없이 모자라기는 마찬가지가 아닐까'라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우리들은 떠돌아다니는 돌팔이와 맞닥뜨리는 불운을 당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스스로 돌팔이들을 만들어내는 조바심과 어리석음을 저지르는 것은 아닐까?

돌팔이에 관한 이야기들 중에서, '돌다'라는 움직씨(동사)와 무당들이 섬기는 바리데기 공주를 가리키는 '바리'가 합쳐져서 된 '돌바리무당', 즉 생사람 잡는 선무당이 어원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와 반대말로 우리가 흔히 쓰는 단골의 본딧말인, 굿을 할 때마다 늘 정해 놓고 부르는 '단골무당'이 있다. 곧잘 용한 의사나 병원을 찾는 이웃이나 환자분들에게 '나보다도, 더 나를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를 단골의사'의 의미를 이렇게 일러주곤 한다. "이 병에 대해서 더 잘 아는 의사들은 부지기수로 많을 테지만, 이 병을 앓고 있는 당신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의사는 바로 당신의 단골의사일 것이다"라고 말이다.

송광익 늘푸른소아청소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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