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진출 외지업체 '두 얼굴'

영업은 저인망식…지역공헌은 쥐꼬리

1997년말 IMF 외환위기 발발후 수도권 대기업 대구 본격 진출 10년. 지역 건설 금융 섬유업체들이 줄줄이 무너지거나 구조조정을 받는 과정에서 수도권 업체들이 그 자리를 파고들었다. 거대 유통업체들은 뒷골목까지 파고들며 지역 상권을 장악해갔고 자금력을 앞세운 수도권 대형 건설사들은 청구·우방·보성 등 전국적으로 명성을 날리던 업체들이 사라진 틈을 노려 지역 건설시장에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IMF전 단 한 곳에 불과했던 수도권 유통업체 매장은 10년 사이 롯데가 백화점 2곳, 이마트 홈플러스 홈에버 등 대형소매점이 18곳으로 늘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은 대구시내 단일 백화점 점포로는 최대 매출을 올리고 이마트는 대구시내에 9곳의 매장을 두면서 점포수와 매출에서 1위를 달리고 있으며 대구 수성구 만촌점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효자 매장'.

외지 유통업체들은 롯데 5천여억원, 대형소매점 1조6천억원 등 지난해 유통분야 전체 매출액 3조원의 70%인 2조1천억원을 가져갔다. 최근에만 롯데가 봉무동 이시아폴리스에 프리미엄 아울렛, 현대백화점이 반월당에 백화점 진출을 선언, 대구 토종업체들의 수성은 더 버거울 전망이다.

건설업계 상황도 마찬가지다. 2006년 기준으로 건설 공사 발주 금액 5조 8억 3천만원 중 대구 업체가 수주한 금액은 전체의 24%에 불과한 1조1천789억원에 그쳤다. 외지 업체들은 76%에 해당하는 3조7천억원을 가져갔다. 지역 업체들은 안방 시장에서조차 대형 역외 업체들에게 밀려 맥을 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

유통과 건설업체들에 뒤질세라 수도권 본사 금융회사들도 물밀듯이 오고있다. IMF 이전 대구은행을 주축으로 대동은행·조선생명·동양투신·경일종금·영남종금·대구종금 등 대구에 본사를 둔 금융회사들이 10곳에 육박했으나 외환위기 이후 모두 문을 닫으면서 지역의 돈이 지역 곳간에 머물 확률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금융감독원 대구지원에 따르면 대구경북엔 역외 은행 15곳, 증권사 25곳이 영업을 하고 있고 생명보험사 19곳, 손해보험사 13곳, 카드 및 여신전문회사 13곳 등 역외 금융회사들이 지역내 자금의 70% 이상을 주무르고 있다는 것.

대구가 외지 거대자본 업체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는데도 이들 업체들의 지역사회 공헌은 보잘 것 없다. 롯데는 지역 본사 금융회사인 대구은행에 평균 잔고 기준으로 20억원 정도만 남겨둔 채 자금을 서울의 주거래은행으로 옮겨가고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지역백화점에 비해 턱없이 적은 액수의 기부를 하고 있다.

매출 1조원이 넘는 대구진출 한 제조업체는 연간 수천만원 안팎의 성금을 생색내기용으로 낼뿐이고 외지 건설업체들의 사회공헌과 지역밀착 경영은 아예 전무하다시피하다.

대구상의 이인중 회장은 "역외 업체에 대해 배타적인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겠지만 역외 업체들에 대한 자금유출 방지와 시장질서에 위배되지 않는 한 입점제한, 지역 건설업체 생존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춘수·이재협·최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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