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장애는 없어요."
17일 오후 6시. 대구 남구 대명시장 인근의 한 좁은 지하실에서는 합주소리가 정겹게 울려퍼졌다. 삐뚤삐뚤 어린아이가 쓰는 글씨마냥 가끔은 소리가 흩어지고, 박자조차 제대로 맞지 않을 때도 있지만 즐거움이 가득했다. (사)대구광역시장애인재활협회 소속 장애인 록 밴드 '자유영혼'이 들려주는 음악이었다.
이들의 음악이 듣는이의 마음까지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은 이들 스스로가 음악을 할 때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드러머 김진우(18·지적장애 2급)군은 연주가 시작되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화'한다. 쉬는 시간이면 벽에다 머리를 갖다대고 혼자 무언가를 끊임없이 중얼중얼대는 김군이지만, 음악이 시작됨과 동시에 세상에 둘도없는 밝은 미소로 정신없이 드럼을 두드린다.
키보드를 맡고 있는 박성규(36·지적장애 3급)씨도 마찬가지. 그는 "14세 때부터 지금껏 피아노를 쳐 왔지만 장애인이란 이유 때문에 한번도 대외활동을 해본 적이 없었다"며 "자유영혼을 통해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베이시스트 서주홍(23·지적장애 2급)씨는 손가락에 물집이 맺힐 때까지 베이스기타 줄을 퉁겨댈 만큼 열정적으로 연습을 했다. "저, 노래 되게 못해요"라고 수줍게 말하는 보컬 도현록(26·지체장애 2급)씨는 연습벌레다. 앵무새 같은 목소리로 밴드의 여성 보컬을 맡고 있는 김혜숙(23·지적장애 2급)씨는 밴드 분위기를 밝혀주는 보배다.
장애인 록 밴드 '자유영혼'의 탄생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의 지원사업 공모에 (사)대구광역시장애인재활협회에서 제출한 아이디어가 당선돼 밴드 구성에 필요한 악기와 비용 1천만원 상당을 지원받았다. 지역의 대학과 직장인밴드 출신의 자원봉사자들이 이들의 음악 선생님 노릇을 하며 지금까지 매주 한차례씩 실력을 갈고 닦아오고 있다.
자원봉사자 박주식(32)씨는 "지적 장애인이 많다 보니 몇번씩 가르쳐줘도 곧잘 잊어버려 한곡 연습하는데 2, 3개월씩 걸려 힘든다"면서도 "테크닉만 좇는 비장애인들의 음악보다 가슴으로 연주하는 장애인들의 음악이 훨씬 울림이 크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음악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아요. 열심히 연습하면 누구나 배울 수 있지요. 음악 속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장애인 록 밴드를 하는 가장 큰 보람입니다." 도현록씨의 말이다.
세상에는 KTX처럼 빠른 기차도 있지만 조금 느려도 사람 냄새 가득한 완행열차가 있다. 이들의 음악 역시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완행열차와 같은 정겨움과 사람 사는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맛'이 넘쳐 흘렀다. 연락처 053)255-8166.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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