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기업, 지역 아파트공사 독식 '그들만의 잔치'

[외지업체 대구진출 약인가 독인가] ②건설

▲ 대구 지역 건설업은 이제 역외업체들의 안방무대가 되고 있다. 민간 공사 발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파트의 경우 지역 업체 장악력이 떨어지면서 70%가 역외업체들의 몫이 되고 있다.
▲ 대구 지역 건설업은 이제 역외업체들의 안방무대가 되고 있다. 민간 공사 발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파트의 경우 지역 업체 장악력이 떨어지면서 70%가 역외업체들의 몫이 되고 있다.

대구 건설업체들은 IMF 이전만 해도 '전국구'로 통했다.

대구경북 지역 장악력은 물론 수도권 등 타 지역까지 명성을 날렸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청구 우방 보성 등 삼두 마차들은 대기업으로 성장하며 지역 경제 성장의 한 축을 담당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지역 건설업의 위상은 말 그대로 '날개 없는 추락을 한 상태'다. 타지역 진출은 고사하고 안방 시장에서조차 대형 역외 업체들에게 밀려 맥을 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 건설사 관계자들은 "건설업에 있어 '지역 시장'이란 말은 무의미할 정도로 외지 업체들의 시장 장악력이 상당하다"며 "아파트 등 민간 부분 뿐 아니라 공공 물량 사업까지 역외 업체들의 입김이 상당하다. 지역에서 발주되는 사업 이익 대부분이 수도권 등 외지로 빨려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공사판은 역외 업체 잔치판(?)

지난 2006년 기준으로 대구에서 발주된 민간 및 공공 부문 공사는 모두 2천183건. 이중 대구에 본사를 둔 지역 업체가 수주한 공사는 58%인 1천257건에 이른다.

외형상으로만 본다면 아직 지역 업체의 시장 장악력은 괜찮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속 내용은 겉과 딴판이다.

건설 공사 발주 금액 5조8억3천만원 중 대구 업체가 수주한 금액은 전체의 24%에 불과한 1조1천789억원에 그쳤다. 결론적으로 지역 업체 수주 공사는 돈 안되는(?) 소규모 공사에 몰려있고 금액으로 따지면 지역내 발주 공사 4건 중 1건만 대구 업체가 수주한 셈이다. 하지만 2003년 수주 현황을 들여다보면 대구 업체의 성적표는 나름대로 괜찮았다. 전체 발주 공사 금액 3조100억원 중 44%인 1조3천250억원을 수주했으며 건수로는 62%를 점유했기 때문이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2007년 수주 현황이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2006년과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나마 공공 부문에서는 대구시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지역 업체들의 수주율이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역외업체들의 지역 건설 부문 장악력이 높아진 것은 2004년 이후. '아파트 붐'이 불면서 대형 역외업체들이 '자본력'과 '차별화된 브랜드'를 들고 대구경북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부터다.

실제 2006년 공사 발주 금액 중 80%를 차지하는 민간(아파트) 부문 발주 공사 중 역외업체 비율은 78%로 지난 2003년 47%에서 급격히 상승했으며 대구시 발주 공사의 경우는 역외 업체 비율이 2003년 41%에서 2006년에는 40%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역업체는 빈곤의 악순환

해외 사업과 대형 플랜트 사업 등에 있어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역 업체들에게 있어 주택은 큰 몫을 차지한다. 청구 우방 보성도 아파트 사업을 바탕으로 덩치를 키우며 대구 지역 건설업의 '르네상스' 시대를 이끌었다.

한라주택 최원근 상무는 "건설 공사는 수주에 있어 실적과 자본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공공 부문 공사를 수주하고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매출액을 유지해야 하지만 대형 역외업체들이 지역 공사를 싹쓸이하면서 지역 내 중소 업체들은 덩치를 키울 여유가 없다"고 밝혔다.

즉 실적과 매출, 이를 바탕으로 한 금융권의 대출 가능 규모 등 재무 능력이 건설사 성장의 동력이 되지만 수주 금액 부족에 시달리는 지역 업체들로서는 대구경북 지역 내 대형 공사가 발주된다 하더라도 참여할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미분양이 급증한 지난해 이후로는 주택 부문 발주 공사가 줄면서 공공 부문 수주가 회사 생존과 직결해 있지만 매출 구조가 취약한 지역 업체들로서는 수주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상반기 대구 지역 업체들의 수주 금액은 5천136억원으로 지난 2006년 상반기 1조493억원에 비해 반 토막이 난 50% 수준에 그쳤다.

◆역외 업체 독식에 따른 문제점은

건설업은 전 산업 부문 중 발생되는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업종 중 하나에 속한다. 아파트 단지를 건설할 때 참여하는 하도급 업체는 공정별로 보면 최소 20~30여개에 이르면 300가구 정도의 소규모 단지라도 매출액이 1천억~2천억 원을 넘나들게 된다.

그러나 역외 업체들의 진출 이후 지역 하도급 업체들은 맥을 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

모 하도급 업체 대표는 "2004년 이후 지역 아파트 공급 물량이 대폭 증가했지만 상당수 역외업체들이 협력 업체란 명목으로 연고지 중심으로 하도급을 발주했다"며 "물량은 늘었지만 수주는 더욱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이후부터 대구시가 현장 지도(?)에 나서면서 역외 업체 현장의 지역 하도급 비율이 50% 이상으로 올라갔지만 여전히 돈 되는 공정은 역외 업체 몫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지역업체들의 하소연이다.

막대한 이득을 챙기는 역외 업체들의 지역 기여도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건설업 특성상 단기 고용창출을 빼고는 지역 경기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장학재단 설립이나 지속적인 사회 봉사 활동도 일부 기업을 빼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특히 단지 분양에 앞선 사업 승인 조건으로 도로나 공원 등을 기부채납 하는 사례가 많지만 이 또한 분양가에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어 순수한 의미로 보면 지역민들의 몫으로 돌아오게 된다.

대구 지역 건설업체 관계자들은 "경쟁 사회에서 역외 업체 진출을 막을 수는 없지만 지역 업체 보호를 위한 제도적인 장치가 더욱 강화돼야 한다"며 "대구경북 지역 내 대형 SOC 사업 발표가 잇따르면서 최근 들어서는 공공 부문 수주에 역외업체들의 진출이 더욱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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