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쌀이 우리 식탁에 오르기 시작한지 이제 3년. 해마다 중국산, 미국산, 태국산 등 외국산 쌀은 수입되는 전량이 시장으로 흘러들고 있다. 그만큼 소비가 되고 있는데 정작 시민들은 수입쌀 구경하기가 어렵다. 도대체 수입쌀은 다 어디에 쓰이는 걸까?
◆수입쌀은 어디에
16일 오후 쌀 도매상이 밀집한 대구 서문시장. 여러 곡물 상회를 다녀봤지만 수입쌀을 판매하는 곳은 눈에 띄지 않았다. ㄱ양곡상회 주인은 "수입쌀을 찾는 사람도 없고, 가져놓아도 팔리지도 않는다"고 했다.
최근에는 국제 곡물가격 상승으로 수입쌀 가격이 크게 올라 그나마 취급하던 곳도 많이 들여오지 않는다고 한 상회 주인이 귀띔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에도 수십종의 국산쌀이 팔리고 있지만 수입쌀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마트관계자는 "수입쌀을 판매한다고 소문이 나면 농민단체로부터 항의를 받을 수 있고, 부정적인 이미지도 있어 취급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소비자가 직접 수입쌀을 마주하거나 구입할 수 있는 곳은 인터넷 쇼핑몰이나 동네의 몇몇 양곡상회 정도다. 그나마 판매하는 일부 양곡상회도 수입쌀 판매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강해 잘 보이지 않는 가게 한쪽 구석에 진열해놓거나 창고에 넣어 둬 일부러 수입쌀을 찾지 않으면 보기 힘들다.
수입쌀을 판매하는 중구의 ㄱ양곡상회는 "대구 경우 보수성이 강해 수입쌀을 판매하는 곳이 많지 않은데다 수입쌀을 섞어 팔지 않을까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을 수 있어, 취급을 꺼린다"고 했다.
수입쌀을 찾기 힘든 이유는 지역의 유통량이 전체 수입쌀 물량의 3~5% 정도로 많지 않은데다 이마저도 대부분은 식당으로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 한해 수입될 예정인 외국산 쌀은 모두 4만7천928t. 지금까지 전체 물량의 38%가 공매를 통해 시장에 판매됐는데 이중 대구경북의 유통량은 전체의 3% 수준인 555t(대구 455t, 경북 100t)에 그치고 있다. 20kg짜리 포장단위로 따져보면 2만7천750포대. 농수산물유통공사 김권형 차장은 "많은 물량이 서울, 경기도 등 수도권에 집중되다 보니 대구경북지역의 할당량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했다.
◆소문나면 끝이다.
수입쌀의 주소비처는 식당이다. 일반 소비자들 경우 수입산과 국산의 가격차가 크지 않은데다, 밥 맛도 떨어진다는 인식 때문에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 반면 식당들은 원재료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여전히 선호하고 있다. 한 곡물상회는 중국산 1등급 20kg 짜리 한 포대를 3만6천원에 팔고 있는데, 국산쌀의 하급품 4만원보다 4천원정도 싸게 팔고 있다. 주인은 "수입쌀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여전히 수입쌀을 찾는 식당이 많다"고 했다.
수입쌀을 취급하는 식당들은 늘 보안에 신경쓴다. 수입쌀을 쓴다는 소문이 나면 손님이 끊겨 영업에 큰 타격을 받기 때문에 이를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는다. 양곡상회에서도 어떤 식당에서 구입해가는지 묻지 않는다. 판매하는 측이나 구입하는 측이나 상호나 용도를 묻지 않는것이 상도덕(?)이다. 반드시 지켜야하는 불문율이다.
지난달 20kg짜리 중국산 1등급 20포대를 전량 식당에 판매했다는 한 양곡상회 관계자는 "소문날까봐 식당 주인이 직접 쌀을 사러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절대 종업원에게 시키지 않는다"고 했다. 식당 주인들은 수입쌀과 찹쌀을 일정비율로 섞어 달라고 주문한 뒤 수입산 포장지를 뜯어내고 미리 준비한 포대에 담아가는게 보통이다.
수입쌀을 쓰는 식당이 많지만 원산지 표시가 의무화되지 않아 현재로선 처벌되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식당 주인의 양심에 맡겨져 있었다. 그렇지만 정부가 6월부터 일반음식점에서 파는 음식에 대한 원산지 표기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키로 해 사법처리에 대한 길을 열어 놓았다. 100㎡(30평) 이상의 일반 음식점은 앞으로 메뉴에 쌀 원산지 표시를 의무적으로 표기해야 한다.
◆수입쌀 구별 가능할까?
수입쌀을 담당하는 농수산물유통공사는 전자입찰을 통해 각 지역으로 수입쌀을 내놓는다. 입찰에 참가하는 공매업체는 전국에 450여개인데 대구경북에는 35개 업체가 등록돼 있다.
이들 공매업체에 의해 지난 한해 지역에 풀린 수입쌀 물량은 1천721t. 공매업체는 양곡상회, 중간상인 등에 수입쌀을 공급하는 도매상이 되기도 하고, 직접 소비자와 연결된 소매형태로 운영하기도 한다. 북구의 A 공매업체는 올해 10t의 수입쌀을 낙찰 받았는데, 상당량은 양곡상회로 공급했고 일부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상대로 하는 공단 인근의 중간도매상에게 넘겼다.
앞서 이야기 했듯 수입쌀의 주소비처는 식당이다. 식당들 대부분은 중국산을 선호하는데 그 이유는 국산 쌀과 같은 단립종으로 구별이 쉽지 않기 때문.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유통관리과 박광훈 계장은 "중국산이라 하더라도 금방 밥을 했을 때는 맛이나 모양은 국산쌀과 거의 비슷하다"며 "국산보다 수분이 낮아 식으면 꼬들꼬들해지는 단점이 있지만 찹쌀을 혼합하면 밥맛을 구별하기 어렵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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