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물려받은 교복에 투정만 부리고…

"엄마 저도 새 교복 맞춰 주이소." 안 되는 일 인줄 뻔히 알면서 또 한번 떼를 써 보았답니다. 40년 전, 중학교 입학을 며칠 앞두고 새 운동화, 학용품을 준비해놓고 교복은 언니가 입던 것을 물려받아 입으라는 것입니다.

치마 품도 맞지 않고 어깨도 조이는데 1년만 입으면 새로 해준다 하시며 나를 달래십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공연히 언니가 다니는 학교에 원서를 냈다보다 하고 후회도 했답니다.

같은 학교 다니면 좋은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고 살살 부추긴 언니도 미워 보였답니다.

초등학교 다닐 때도 언제나 언니 옷을 물려받아 입고 내 몫은 새로 산 게 별로 없습니다.

입학하여 학교 다니면서 헌 교복이나마 바지 앞 주름 구겨지면 밤에는 요 밑에 넣어 잠잘 때도 얌전히 자려고 애쓰고 하복 주름치마는 밑단을 바늘로 덤성 덤성 떠서 이불 밑에 넣고 자면 다림질한 것처럼 반듯했답니다. (그때는 전기가 없어 쇠로 된 다리미 속을 꺼내 연탄불에 달구어 사용했으니 매일 다림질 할 수가 없었지요)

1년만 입으려던 교복을 3년이나 입고 나니 졸업 때쯤에는 소매가 다 닳아 너덜너덜할 정도가 되었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습니다.

넉넉하지도 못한 살림에 6남매 공부시키려니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어머니 그때는 정말 몰랐답니다. 학급비 제때 안주면 삐쳐서 아침도 먹지 않고 학교 가버리면 어머니의 마음은 어떠했을지요. 그래도 중학교 진학 못한 친구들도 많았었는데 헌 교복이라도 입고 학교 다니는 나를 보면 복에 겨운 투정이라고 말했을 겁니다.

여종희(대구 남구 대명4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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