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융통성 없고 목소리가 큰 우리 아버지.
동네 멀리서도 우리 아버지가 어디 계신지 알 만큼 큰 목소리로 이야기하신다.
가족보다 동네의 잔일을 먼저 해치워서 '오마이'께 늘 잔소리 듣는 융통성 제로에 오지랖까지 넓은 우리 아버지.
어느 날이었다. 대구로 나가는 나를 배웅해주신다고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아버지께서는 버스정류장에 도착을 하지 않으셨는데 갑자기 차를 멈추셨다.
나는 또 무슨 일인가 생각했다. 아버지께서는 트럭의 짐 싣는 곳에서 막대기를 꺼내들었다.
도로 가에는 못 보여줄 것 다 보여준 채로 죽어 누워있는 고양이가 있었다.
아버지는 징그럽다고 더럽다고 모두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피했던 죽은 고양이를 들더니 차 뒤편에 싣고는 다시 출발했다.
아침에 보았던 고양이가 해질 녘이 될 때까지도 아직까지 있었구나. 나는 그냥 지나쳐 왔었는데, 지나가는 동네 아주머니께서 그것을 보고 "너희 아버지만한 사람이 없지" 하셨다.
버스를 타고 대구로 올라오는 나의 입술에 잔잔한 미소가 돌며 눈물이 찔끔 났다.
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언니야. 오늘 우리 아버지 정말 자랑스러웠데이…."
아버지, 아버지가 나의 아버지여서 고맙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쏘나타 안 몰아도 최고의 운전기사이며 오지랖 넓긴 한없이 넓어도 그것으로 어떻게 사는 인생이 가장 멋진 인생인지 알려주시는 가장 좋은 나의 선생님이다.
아버지, 내게 늘 그늘이 되어 주셔서 고마워요. 사랑합니다. 예쁜 둘째딸 희연이가.
김희연(대구 달서구 성당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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