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시장이 미국의 요구대로 개방됐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단계적 수입 확대에 양측이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모든 걸림돌이 제거되고 문이 활짝 열렸다. 우선 30개월 미만 소의 갈비 등 뼈까지 들여올 수 있고, 조만간 연령제한마저 완전히 없애기로 했다. 지난 2003년 말 광우병 파동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전면 금지된 이후 4년여 만에 빗장이 완전히 풀린 것이다.
미국이 요구하는대로 다 들어준데 대해 정부는 한'미 FTA 비준을 위한 고육책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강한 시장개방 압력에 밀려 정부가 순순히 손을 든 것이나 다름없다. 전세계 117개국이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고 있고, 이 가운데 96개국은 아무 제한도 없다는 미국의 논리와 힘에 밀린 것이다. 결국 하나를 포기하는 대신 다른 것을 얻겠다는 정부 전략에 국내 쇠고기 시장이 희생된 것이다.
이번 쇠고기 협상은 어떻게 보면 칼날의 양면과 같다. 어느 쪽을 쥐어도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미국 의회는 쇠고기 문제 해결없이 한'미 FTA는 없다고 공언해왔다. 빗장을 풀게 되면 득보다 실이 많고, 걸어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우리 국민이 미국산에 비해 4배가 넘는 비싼 국산 쇠고기를 먹어야 하는 현실인 것이다.
일본'중국 등 수입 제한을 둔 다른 나라들에 앞서 정부가 솔선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시장을 열기로 했다면 이제부터는 우리의 요구사항을 놓고 미국에 적극 공세를 취할 때다. 그래야 국민들을 달랠 수 있고, 명분 또한 서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오늘 밤 열리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에서 "FTA의 최대 걸림돌도 제거되었으니 미국 의회는 비준에 동의하라"고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
정부가 서둘러야 할 일도 산적해 있다. 시장개방에 당장 위기감을 느끼는 축산농가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 국민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과연 안심하고 먹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우리로서는 수입 및 검역 중단 조치를 즉각 취할 수도 없는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한우농가 지원 대책에서부터 한우 상품 경쟁력 강화,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 통제 등 해법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쇠고기 시장을 개방하면서 내건 명분을 잃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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