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4월 20일)이 있는 4월은 신문방송은 물론 정부기관 등에서 '장애·비장애인은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식의 홍보를 하며 장애인을 신주 모시듯 거추장스럽게 떠받드는 기간이다. 그런데 그러한 와중에 신문방송이나 국가기관 혹은 개인마다 '장애인'과 '장애우'라는 용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너무나 많아 장애인 용어에 있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듯하다.
종종 '장애인'과 '장애우' 중 어떤 말이 올바른 표현인지를 필자에게 질문하는 이들이 있다.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한결같다. 우리나라 법상에 장애인이라 명명되어 있으니 장애인이 맞는 표현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한결같이 "그런데 왜 정부의 공식 행사 때나 신문방송에서는 '장애인'을 '장애우'라 표현하는가"라며 의아해한다.
'장애우'라는 표현은 1987년 12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설립되면서 사용되었으며 몇몇 대학 동아리에서 쓰기 시작하더니 얼마 되지 않아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장애우라는 표현을 마구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쯤에서 '장애우'에 대한 어원은 접어놓고 왜 '장애우'라는 표현이 잘못된 것인지 살펴보자. 장애우에서 '우(友)'는 벗이란 뜻이고 장애인의 인(人)은 사람이란 뜻이다. 장애우와 장애인의 차이는 바로 여기에 있다. 장애우라는 표현은 한두 살의 어린 아이와 여든, 아흔의 노인을 일순간 친구로 만들어버린다. 하지만 장애인이라는 표현은 아이와 어른 모두를 대한민국의 국민, 구성원으로 정의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다.
더군다나 '장애우'란 표현은 타인이 나(장애인)를 지칭하거나 부를 때에만 가능한 것이지, 내(장애인)가 나(장애인)를 지칭할 때에는 절대 쓸 수 없는 용어이다. 이처럼 '장애우'라는 말은 '장애인' 스스로가 자신을 지칭할 수 없기 때문에 비주체적인 인간의 모습을 형상화한다. 이 같은 이유들로 장애우보다는 장애인이 올바른 표현이 될 것이다.
일부에서는 용어 하나 가지고 그렇게 민감하냐고 되묻거나 '장애우'라는 표현은 장애인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한다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집단을 지칭하는 개념이나 단어는 그 집단의 사회적 관계와 위치를 반영한다. 그만큼 언어의 힘은 크고 매우 강하다.
이제부터라도 언론이나 국가기관은 물론 개개인의 언어 사용에서 잘못된 '장애우'라는 표현은 지워지고 '장애인'이라는 올바른 표현이 자리 잡게 되길 기대해본다.
이재호(경북점자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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