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1일 일본 도쿄에서 가진 조찬기자간담회에서 "우리보다 미국 측이 배려해 성공적이었다"고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만족감을 표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캠프데이비드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몰기로 했던 카트를 자신이 몰겠다고 제안해 1시간 40분 동안 캠프데이비드 경내를 구경하며 매우 친해졌다"며 "저녁 만찬 때는 10년지기처럼 가까워져 회담이 절반 이상 성공한 것처럼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전했다.
◆한미정상회담=한미동맹을 '21세기 전략 동맹'으로 한단계 격상시킨 것이 최대 성과란 부분에 이견이 없다. 한미동맹이 단순한 군사 동맹 차원에서 사회, 경제, 문화 등 다양한 영역으로 동맹이 확대되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 기후변화와 에너지 대책 등 범세계적인 문제까지 다루면서 한미관계가 한반도 무대를 넘어 글로벌 파트너로 격상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올 연말까지로 예정됐던 주한미군 감축 계획을 백지화한 것은 우리 정부가 기대하지 못한 의외의 성과였다. 이 대통령은 "주한 미군을 3천500명 줄여 2만5천명으로 하는 것은 숫자 상으로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3천500명이 주로 공군으로 핵심적인 군사라 매우 중요하다고 보고 미국 국방장관에게 얘기를 꺼냈다"며 "캠프데이비드에서 부시 대통령이 먼저 얘기를 꺼내 양국 군사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국방장관을 설득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국의 미국 비자면제프로그램 연내 가입과 한미FTA 연내 비준을 위한 공동 노력 합의도 성과로 꼽힌다. 이 대통령은 비자면제프로그램 연내 가입과 관련, "라이스 국무장관이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후속 절차를 밟기 위해 1년 이상 걸린다고 보고하자 부시 대통령이 무조건 연내에 완료하라고 지시해 당겼다"고 전했다. 한미FTA 비준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은 "금년에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낙관했다.
미국 핵확산방지구상(PSI)에의 한국 참여,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미사일방어(MD) 체제 참여, 주한미군 방위비 증액 등 한국 정부에 부담을 주는 의제는 전혀 논의되지 않아 회담 성과는 더욱 빛이 났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부시 대통령이 회담 초기에 대통령이 힘들거나 한국 정부에 부담이 되는 일은 이번에 얘기하지 말자고 말해 공·사석에서 의제가 되지 않고 쉽게 넘어갔다"며 "과거(노무현 전 대통령 방미 때를 지칭)에 PSI와 MD 문제를 놓고 서로 싸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문제는 한미쇠고기 협상 타결이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의 생산자와 한국의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긍정 평가했으나 한국의 낙농가의 거센 반발이 이는 등 이 대통령에게는 부담일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시장이 개방돼도 사는 사람 마음에 안들면 적게 사면 된다"며 선택권은 한국에 있다고 강조한 뒤 "낙농업자 문제는 수입 고기를 한우로 속여 팔아 더 문제라고 농수산식품부장관이 보고하더라"고 말했다.
◆한일정상회담=이 대통령과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는 21일 한·일 간의 역사를 직시해 한·일 신시대를 개척해 나가자는 결의를 했다. 과거사와 야스쿠니신사 참배, 독도 문제로 사사건건 갈등을 벌였던 한·일 양국이 서로 인정할 것은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미래 지향적인 동반자 관계로 나아가자는 선언이다.
이 대통령은 이에 앞서 20일 가진 도쿄 동포간담회에서 "일본에 대해서 맨날 사과하라고 요구하지 않겠다"며 "다른 요구는 없지만 경제협력을 실질적으로 더 강화하려고 한다"고 일본을 대하는 기본 입장을 밝혔다.
21일 기자조찬간담회에서도 이 대통령은 "서운했던 한·일관계를 복원하려 한다"며 "한·일이 일일생활권이 된만큼 경제도 일일 생활권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양 정상의 논의는 ▷셔틀정상외교 복원 ▷인적 교류 확대 및 강화 ▷경제 분야 협력의 강화 ▷국제 사회에서의 협력 분야에 집중됐다. 이 가운데 올 하반기 후쿠다 총리의 방한 등 정상셔틀외교 복원과 경제 분야에서 한·일FTA 등 협정의 체결 교섭 재개를 위한 실무협의 6월 개최 합의가 가장 큰 성과라는 평가다. 나머지 인적 교류 확대 방안 등은 지나치다 할만큼 구체적이고 세세했다.
도쿄에서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