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황금돼지해' 후폭풍…돌잔치 장소 구하기 '별따기'

'아이를 많이 낳자'는 구호는 요란하지만 사회적 여건은 미비한 점이 너무 많다. 신생아 응급실이 태부족해 아이를 낳으려면 목숨을 걸어야 하고 예약이 밀려 돌 잔치를 해줄 장소도 구하기 어렵다. 웃고 넘기기엔 너무나 초라한 우리의 현실이다.

'황금돼지해'의 후폭풍이 거세다. 지난해 황금돼지해를 맞아 아기를 낳았던 부모들이 올해 돌잔치 장소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부자가 될 사주를 타고 난다'는 황금돼지들은 금값 급등으로 금반지도 껴보지 못하고 있다.

◆돌잔치 장소를 잡아라

신지희(32·여·수성구 만촌동)씨는 지난달 딸의 돌잔치 장소를 예약하다가 깜짝 놀랐다. 돌까지는 아직 3개월 정도 남았지만 대구시내 뷔페, 패밀리레스토랑 등은 이미 10월까지 예약이 꽉 차 버린 것. 신씨는 "자칫하다 돌잔치도 못해줄 판"이라고 걱정했다.

수성구 중동의 R뷔페. 이곳에는 요즘 하루에 10~20통의 돌 잔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예약건수가 100건이 넘는다. 예약 담당자는 "지난해에 비해 30~50% 정도 많은 예약이 밀려드는데 토요일 오후시간대는 연말까지 자리가 없다"고 했다. 주말에는 12~15건씩 시간대를 쪼개 돌잔치를 치르고 있지만 평일과 일요일 저녁시간 외에는 예약이 불가능하다.

실제 지난해 대구지역에서 태어난 신생아는 2만2천704명. 황금돼지해는 재물 운을 타고 난다는 속설 때문인데 2006년(2만220명)에 비해 2천484명이 더 태어났다. 2005년 신생아 수도 2006년과 비슷한 2만676명이었다.

아이를 가졌을 때부터 경쟁에 들어갔던 '황금돼지' 엄마들은 본격적인 경쟁은 이제부터라며 걱정이 태산이다. 지난해 7월 딸아이를 출산한 김진경(29)씨는 "지난해 임신부들이 많아지면서 산부인과에서 진찰을 받을 때도 한참 기다려야 했고, 출산후에는 산후조리원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며 "올해는 돌 잔치 때문에, 세살이 되는 내년에는 어린이집을 보내기 위해 경쟁을 벌여야할 판"이라고 했다.

◆돌선물로 금반지는 없다?

'황금돼지들'은 돌 반지 하나 손가락에 끼기 힘들다. 금값이 치솟으면서 돌 선물로 금반지가 사라지고 대신 유아용품이나 현금으로 대체되고 있기 때문.

12일 직장동료 아들의 돌잔치에 초대받은 김모(35·동구 방촌동)씨는 고민 끝에 백화점에서 8만원을 주고 유아용 여름옷을 선물했는데 참석자 대부분이 옷이나 현금을 갖고 왔더라고 전했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3.75g(한돈)짜리 금반지 가격은 귀금속판매중앙회 기준가격(부가세포함)으로 13만6천원. 불과 1년여 전에 비해 60% 이상 올랐다. 동아쇼핑 귀금속점 관계자는 "돌 반지 경우 3.75g짜리를 구입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으나 요즘에는 반돈짜리를 구입하거나 아예 발걸음을 되돌리는 사람들이 많다"며 "매출도 예전에 비해 30%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