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희(가명·32·여)씨는 지난 2월 아기를 낳자마자 잃을 뻔했다. 출산 예정일을 석 달 앞두고 갑작스런 산통으로 다니던 산부인과 병원을 찾았으나 큰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정씨는 급히 대학병원 등 이곳저곳에 전화를 했지만 대답은 모두 'NO'였다. 신생아 중환자실에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수소문 끝에 결국 부산까지 가야 했고 다행히 출산 직전에 도착, 아기를 낳아 인큐베이터가 있는 응급실에 입원시킬 수 있었다.
대구에 조산아를 위한 신생아 중환자실이 태부족하다.
조산 직전의 산모들은 '목숨을 걸고' 안동이나 부산, 심지어 대전, 서울 등 먼 지역까지 떠돌고 있다.
대구에는 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대구파티마병원 등 5곳에 신생아 중환자실(집중치료실)이 있지만 입원하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이들 병원에 마련돼 있는 인큐베이터 등 병상은 고작 50개. 조산아들은 한번 입원하면 평균 1~3개월 정도 치료를 받기 때문에 입원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경북대병원의 경우 신생아 중환자실에 인큐베이터가 13개 있지만 인공호흡기는 6대뿐이어서 인공호흡기를 모두 사용할 경우 인큐베이터가 비었다 하더라도 환자를 받을 수 없다.
한 산부인과병원 원장은 "조산 조짐이 있는 임신부는 빨리 시설을 갖춘 대형병원으로 옮겨야 하는데, 신생아 중환자실이 있는 대구 병원에 전화해 빈 자리가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거의 없다"며 "답답하고 급한 마음에 보호자들에게 '대학병원에 가서 무조건 드러누워라'고 얘기한 적도 있다"고 했다.
병원들은 '적자'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신생아 중환자실에 필요한 인큐베이터, 인공호흡기 등 장비가 수천만원에 이르는데다 신생아 1명당 전문 간호인력 2명이 배치될 정도로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 의료수가는 턱없이 낮아 신생아 중환자실을 운영하면 할수록 적자 폭이 커진다고 했다.
한 대학병원 소아과 관계자는 "한달에 적자가 1억원 정도 발생하는데, 병원 전체 적자 중 대부분은 소아청소년과에서 나오고, 이중 대부분은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발생된다"며 "수가가 현실화되거나 정부의 예산 지원이 없으면 신생아 중환자실 확충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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