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관객의 요구로 '살아 있는 연극' 오구

수성아트피아 내달 10, 11일 공연

연극 '오구'는 생명을 가진 존재로서 연극을 정의하는 대표적 작품이다. 태어나서 19세 청년이 될 때까지 '오구'는 100만명 이상이 관람했다. 5월 10일과 11일엔 수성아트피아 개관 1주년 기념공연으로 개최될 예정이다.

사실 관객이 찾지 않는 연극은 대본이나 평론 혹은 문헌적 자료에 불과하다. 녹화자료로 보존된다고 해도 공연되지 않는다면, 그래서 무대와 관객이라는 현장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자료에 불과한 셈이다.

그런 점에서 올해로 19년째 공연이 이어지는 '오구'는 살아있는 생명체다. '오구'는 1989년 6월 채윤일 연출, 극단 쎄실 공연으로 서울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초연, 이듬해 6월 이윤택 작·연출 연희단거리패 연극으로 재연됐다. 1990년 9월 제2회 동경국제연극제 한국대표 연극으로 참가했고, 1991년 6월 독일 세계연극제 공연으로 이어졌다. 귀국 공연이 부산 가마골 소극장, 서울 바탕골소극장, 대구 파랑새극장 등으로 이어지면서 오구의 대박 행진은 1992년까지 계속되었다.

또 1993년 예술의 전당이 개관하면서 예술의 전당 동시대연극 시리즈 첫 번째 작품으로 선정됐다. 1994년 2월 앙코르 공연을 거쳐 4월 동숭아트센터 대극장으로 이어졌다. 1995년은 19년 공연사에 '오구'가 공연되지 않았던 유일한 해다. 1996년 정동극장에서 다시 공연이 시작되었고, 1997년부터 노모 역할이 남미정에서 강부자로 교체되면서 '오구'는 대중극으로 정착됐다. 배우 강부자씨가 노모 역을 맡은 지도 11년이 됐다.

'오구'는 1997년 서울국제연극제 베세토 연극제 한국대표 연극, 1998년 독일 베를린 세계연극의 집 초청공연을 가졌다. 2004년 연극열전 한국대표연극으로 선정되어 12년 만에 다시 동숭홀 대극장에서 한달 이상 공연했다.

관객들은 여전히 '오구'를 기다린다. 수성아트피아 개관 1주년 기념공연을 시작으로 지역순회공연이 이어질 전망이며 배우 강부자씨의 체력이 허락한다면 겨울 시즌 서울에서 장기공연도 열릴 것이라고 한다.

'오구' 연출가 이윤택 교수는 "모든 장기공연 작품이 그렇지만 '오구'는 늘 관객의 요구로 제작된다. 관객의 요구가 없으면 공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구'의 인기는 식지 않고 오히려 열기가 더해진다는 말이다.

연극 '오구'는 이제 연희단거리패만의 소유물이 아니다. 동국고, 대일외고 연극부에서도 '오구'를 공연한다. 중앙대 연극학과와 서울예대 연극과의 '오구'도 있고, 수원극단 성의 '오구' 경남 진주극단 현장의 '오구'도 있었다. 이런 식이라면 '오구'는 '춘향전'처럼 한국 연극의 고정 레퍼토리가 될 전망이다.

연극 '오구'에서 '오구'는 죽은 자를 위한 굿을 말한다. 오구굿은 죽은 사람이 생전에 풀지 못한 소원이나 원한을 풀어주고 죄업을 씻어 극락천도를 기원하는 무속이다. 이 연극은 일상으로부터 출발 어머니(강부자)가 죽음을 예고하는 꿈을 꾸고 오구굿을 열어달라는 것으로 시작된다. 굿판이 열리면 관객은 진짜 굿판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다. 굿판이 끝나면 어머니는 '나 갈랜다'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어머니의 초상을 치르면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고 죽은 어머니가 다시 나타나 산 자를 꾸짖고 화해하는 것으로 연극은 막을 내린다. 연극 '오구'는 해학과 풍자를 바탕으로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며 결국은 우리 삶을 담고 있다.

한편 수성아트피아에서는 개관 1주년 기념페스티벌로 '한국연극 명품전'을 개최한다. 연극 '오구' 공연(5월 10일, 11일)을 비롯해 '늘근 도둑이야기(5월3, 4일)' '바쁘다 바뻐(5월8∼6월 1일)'가 공연된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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