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시험에 대한 자세와 학습 방법은 학생마다 다르다. 일반적으로 '엉덩이가 무거워야 공부를 잘 한다'고 말한다.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서는 인내와 끈기, 성실성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학생들 사이에서 학습의 질뿐만 아니라 양적 경쟁이 과열되면서 언제부턴가 '오로지 공부'만을 강요하는 풍토가 일반화됐다. 그러나 무조건 책상에 오래 앉아 있는다고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집중해서 공부하고 푹 쉴 줄 아는 학생이 좋은 성적을 얻을 확률이 훨씬 높다. 휴식이나 기분 전환 없이 책만 잡고 있으면 집중력뿐만 아니라 지적인 유연성이나 탄력성이 떨어질 수 있다. 효율적인, 생산적인 학습방법은 무엇일까?
#사례1
A군은 고3 때 오후 11시에 자율학습을 마치면 바로 집 근처의 독서실로 갔다. 오전 2시쯤 집으로 돌아가 잠자리에 들고 오전 6시 30분에 일어나 학교에 갔다. 오전에는 졸음 때문에 수업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선생님의 눈치를 봐 가면서 엎드려 자는 경우가 많았다. 오후 5시 30분 보충수업을 마치는 시간까지 맑은 정신으로 수업을 듣는 시간은 겨우 1시간 안팎. 날이 갈수록 몸은 더 피곤해졌고 5월 이후에는 독서실에 가서도 아예 엎드려 자는 경우가 많았다. 성적은 갈수록 떨어졌다. 주말에 학원에 다녔지만 제대로 정리를 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결국 입시에 실패했다.
올해는 공부 습관을 바꿨다. 2월 중순 재수를 시작하면서 학원에서 오후 10시까지만 공부하고 집에 가서 오후 11시 전후에 자고 아침에 6시에 일어난다. 하루 7시간 정도 자기 때문에 낮 수업 시간에 조는 일이 거의 없다. 그리고 다음날 배울 내용을 반드시 예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지난 3월 모의고사 성적이 지난해 평균보다도 40점 정도 올랐다.
#사례2
B군은 지금 수도권 명문대 경영학과에 다닌다. 고3 때 자정쯤에 자고 오전 6시 30분에 일어났다. 평균 6시간 정도는 잤지만 그래도 점심을 먹고 나면 졸리는 경우가 많았다. 매일 점심을 먹고 나서 책상에 엎드려 10분 정도 눈을 붙이는 것이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잠을 깰 때는 더 자고 싶어 많이 괴롭지만 조금만 지나면 신기할 정도로 머리가 맑아졌다. 그렇게 한 주를 생활하고 나서 매주 일요일에는 평소보다 한 시간 정도만 더 자고 낮에는 농구도 하고 간혹 동네 앞산에도 올라갔다. 평일에는 자기 전에 15분 정도 스트레칭을 했다. 아침저녁으로 하는 간단한 체조는 몸의 활력을 유지하게 해 주기 때문에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규칙적으로 운동했다. 공부는 예습을 중시했다. 수업 시간에는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며 최종적으로 정리를 했다. 예습을 했기 때문에 수업 시간은 복습 시간처럼 활용할 수 있었다. 수능 시험 전 영역에서 1등급을 받았고 원하는 경영학과에 합격했다.
◆집중과 몰입, 휴식의 조화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일반적으로 집중과 휴식, 긴장과 이완 사이의 전환이 자유롭다. 또 공부를 할 때는 폭발적인 집중력을 발휘한다. 한 과목을 붙잡고 장시간 오래 앉아 있다고 공부를 많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공부한 내용을 오래 기억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인터벌 학습=인터벌 학습이란 공부하는 사이사이에 적절하게 휴식을 취하는 학습법을 말한다. 휴식 뒤에 나타나는 학습 성과의 상승을 휴식효과라고 부른다. 일이나 공부를 계속해야 할 때 도중에 휴식을 하면 일반적으로 생산성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한자릿수의 가산작업을 반복해서 할 경우, 도중에 휴식을 하면 휴식 후의 성과 상승은 놀랄 만하다. 어떻게 이와 같은 효과가 있는지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휴식을 하면 몸과 마음의 긴장이 완화되고 휴식하고 있는 동안에 보다 좋은 방법을 생각해 내는 등과 같은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인터벌 학습과 연속학습=인터벌 학습과 연속학습을 비교해 볼 때, 인터벌 학습이 휴식을 중간에 끼워 넣기 때문에 연속 학습보다 시간이 좀 더 소요된다. 학습한 내용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서는 사이 휴식을 통한 분산학습이 더 효과적이다. 인터벌 학습으로 익힌 것은 좀처럼 잊히지 않는다. 연속학습으로 익힌 것은 학습이 끝난 직후에는 잘 기억할 수 있으나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훨씬 많이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벼락치기로 공부한 것은 금방 잊어버리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오래 기억하려면 인터벌 학습을 적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생산적인 휴식=인터벌 학습법에서는 30~50분 정도 집중해서 공부하고 10분쯤 쉬게 된다. 이 10분간의 휴식을 어떻게 보내느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A집단에서는 10분간의 휴식을 눈을 감고 안정을 취하든지 조용한 음악을 듣게 했다. B집단에서는 결렬한 논쟁을 벌이게 했다. 재생 테스트에서 A집단이 맨 처음에 공부한 영어단어를 훨씬 많이 기억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B집단처럼 어떤 다른 것에 감정과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은 무엇을 오래 기억하기 위한 과정에서 방해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부정적인 것이 삽입되는 현상을 영향억제라고 한다.
▷인터벌 학습의 적용=우선 하루의 학습 목표를 분명하게 설정한다. 처음을 힘차게 시작하고, 사이 휴식이나 기분 전환의 시간을 적절하게 가지면서, 마지막에는 혼신의 힘을 다해 마무리 정리를 하는 과정을 반복해서 훈련해 보자. 또한 '학습 기울기'도 공부에 적용해 보자. '학습 기울기'는 목표가 멀리 있을 때는 그다지 의욕을 내지 않지만 가까워질수록 분발하게 된다는 말이다. 일, 운동, 공부 등에서 '마지막 분발'(last spurt)은 승패를 좌우할 정도로 매우 중요하다. 학습 기울기와 사이에 휴식을 두는 인터벌 학습을 시험공부에 어떻게 적용하는 것이 좋은가. 어느 한 과목을 다섯 시간 계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5시간 동안 3과목 정도를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목당 1시간 20분 정도 집중해서 공부하고 10~15분 정도 휴식하는 것이 좋다. 어느 과목이든지 이해에 중점을 두고 여러 차례 반복해서 읽어 두면 시험 전날 집중해서 암기하는 일은 별로 어렵지 않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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