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전 대구 수성구 신매동 수정유치원. 오영길(56·여·대구 수성구 만촌동)씨 주위에 아이들이 몰려있다. "옛날옛날에 당나귀가 무 씨를 뿌렸어요." '커다란 무'라는 그림책을 읽어주자 아이들의 시선이 책 속 그림에 꽂힌다. 오씨가 과장된 몸짓을 취하자 이내 '까르르'하며 아이들 사이에 웃음꽃이 핀다. 장주연 원장은 "아이들 중엔 나이 많으신 아줌마나 할머니를 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젊은 선생님 대신 아줌마나 할머니 선생님이 책을 읽어주면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책 읽어주는 시간이 끝나자 오씨는 건물 뒤편 텃밭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간다. "이건 할미꽃이야, 예쁘지?" 아이들은 신기한 듯 꽃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지난달 초부터 수정유치원에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오씨는 요즘 하루하루가 즐겁기만 하다. 책읽기와 배식, 청소 등 갖가지 궂은 일을 하고 있지만 평소 바라고 있던 '아이들과 함께하기'가 실현됐기 때문. 오씨는 "이 나이에 어디 가서 일하기도 힘들고 아이는 키워본 경험이 있으니까 이만큼 적성에 맞는 것이 없다"고 했다.
오씨는 50, 60대 여성 인력들에게 유치원에서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해당 유치원에는 자원봉사자의 활동비를 지원하는 대구시교육청의 '3세대 하모니 교육정책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우연히 이 같은 사업을 알게 됐고 수정유치원에 신청을 한 것.
장 원장은 "평소 나이든 사람은 물론, 젊은 사람들도 일해보고 싶다고 전화가 자주 와도 사정이 여의치 않았는데 교육청의 지원으로 일손을 덜 수 있는 것은 물론 뭣보다 아이들이 좋아해 기쁘다"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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