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55·대구 북구 산격동)씨는 며칠 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대문 앞에 내놓은 음식물쓰레기 수거통이 감쪽같이 사라졌기 때문. 김씨는 "몇푼 하는 돈이라고 그 더러운 쓰레기통을 훔쳐가는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유모(33·여·남구 대명동)씨 경우는 더하다. 환경미화원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해 가고 난 뒤 대문 앞에 놓여있는 빈 통에 누군가 몰래 음식물 쓰레기를 채워놓기 때문. 유씨는 "한두번도 아니고 똑같은 일이 자꾸만 일어나니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고 짜증을 냈다.
◆양심마저 분리수거하셨습니까?
지난해 1월 대구 달성군을 시작으로 전 구에 확대 시행 중인 '음식물쓰레기 문전수거제'와 관련, 시민 불편과 제도상 미비점이 속출하고 있다.
문전수거제는 이달부터 남구와 북구에서 전면 시행된 데 이어 연내로 동구와 수성구, 중구 등에도 전면 시행된다. 음식물 쓰레기 감량에는 성공한 듯하지만, 시민의식 부족과 행정력 부족으로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음식물쓰레기 문전수거제 관련 민원 중 가장 빈번한 것이 '쓰레기통 도난'. 처음 제도가 시행될 때는 구청에서 각 가정마다 하나씩 쓰레기통을 지급하지만 분실이나 파손될 경우 남구는 8천500원, 북구는 6천원의 돈을 주고 새로 통을 사야 한다.
일부 시민들은 아예 종량제 봉투에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기도 한다. 음식물 쓰레기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통에 넘치지 않도록 일일이 비워야 하기 때문.
대학생 강모(21·여)씨는 "5ℓ짜리 쓰레기 통을 채울 때까지 기다리려면 집안에 음식물쓰레기 냄새가 진동한다. 종량제 봉투값이 더 싸기 때문에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린다"고 털어놨다.
북구 경우 5ℓ짜리 종량제 봉투가 150원인데 비해 같은 용량의 음식물쓰레기 납부필증은 180원으로 더 비싸게 책정돼 있다. 북구청 관계자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용이 비싸 가격을 더 낮추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여름철 악취가 걱정!
날이 더워지면서 '악취'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주택가 골목마다 놓인 노란색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거점수거'를 할 때보다는 사정이 나아졌지만 21일 낮 둘러본 남구 봉덕동 일대에는 아직도 대문 앞에 빨간 통들이 나뒹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주민 박모(67)씨는 "음식물 수거가 오전 10~11시까지 이어지다 보니 쓰레기통을 내던져놓고 출근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라며 "날이 더워지면 악취가 날 것"이라고 걱정했다. 특히 일부 구청에서는 매일 수거를 하지 못해 하루 넘게 통이 대문 앞에서 방치되는 일도 허다하다.
주민들은 음식물 쓰레기통 수거 시간이 최소한 오전 9시 이전에는 끝나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북구청과 남구청은 "아직은 시행 초기라 수거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환경미화원들이 일에 숙달이 되면 오전 9시 이전까지는 수거를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구청 박재홍 환경관리과 재활용 담당은 "수거함 용량을 3ℓ로 줄이고 숯 성분으로 만든 거름망을 설치해 악취 제거에 노력하고 있다"며 "음식물 쓰레기 문전수거제는 시민들의 동참 없이는 성공적인 정착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한편 달성군의 경우에는 시행 1년을 넘어서면서 민원이 크게 줄어들고 지난해 음식물쓰레기 수거량도 26%가량 줄어드는 성과를 거두는 등 정착 단계에 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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