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845억 쏟아 부은 DGIST "무슨 연구할지 감감"

[출범 3년 DGIST 현주소] (상)갈 곳 잃은 지역민의 희망

▲ 5년 전 특별법 제정 이후, 지역발전을 위한 신성장동력을 창출해줄 것이라는 지역민의 여망을 안고 출범한 DGIST가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다. 그림은 오는 5월 달성군 현풍 대구테크노폴리스 내에 착공 예정인 DGIST 건물 조감도.
▲ 5년 전 특별법 제정 이후, 지역발전을 위한 신성장동력을 창출해줄 것이라는 지역민의 여망을 안고 출범한 DGIST가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다. 그림은 오는 5월 달성군 현풍 대구테크노폴리스 내에 착공 예정인 DGIST 건물 조감도.

'원장은 기관 정상화를 포기하는가.'

대구시 중구 덕산동 삼성금융프라자 26층에 위치한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DGIST)을 방문한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다.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지부가 붙여놓은 낡은 대자보 때문이다.

'2007년 12월 21일'로 날짜가 적혀 있는 대자보의 핵심은 "연구원의 변화를 갈망해 왔지만, 새로운 원장 취임 후 실망이 커졌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연구원 운영에 뭔가 문제가 적지 않았고, 지금까지 해결의 실마리조차 좀처럼 잡지 못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지역경제 발전에 동력 역할을 하는 연구기관으로 발돋움한다는, 언론에 비쳐진 DGIST 모습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기관의 위신을 손상하는 무능력 무책임한 실력없는 보직자들을 조치하라 ▷인건비 부족분 사유를 명확히 밝히고, 책임질 사람이 있다면 문책하라 ▷경영진단 결과를 그대로 공개하고, 사후조치를 명확히 하라 ▷과기부 감사결과를 엄정히 적용하고 조치하라 ▷경영자문위원회, 이사회 회의결과 및 녹취록을 공개하라 등 노조의 요구사항도 통상의 노사 갈등이나 분규와는 차이가 많다. 더 많은 임금이나 복지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원 정상화를 바란다는 얘기로 비쳐진다.

DGIST특별법이 제정된 지 5년, 출범한 지 3년. 지역 정치권과 대구시, 경북도는 물론이고 언론들까지 합세해 지역경제 회생에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DGIST가 '비정상적' 연구기관이란 말인가?

◆돈 없어 연구원 못 뽑아=연구원의 생명은 얼마나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고, 그들이 최상의 성과를 나타낼 수 있도록 하는 운영 시스템을 갖추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DGIST도 설립초기 석박사 연구원 모집 경쟁률이 25대 1을 넘었다. 해외 대학과 수도권 대학 출신이 지원자의 절반에 가까웠다. 많은 우수한 젊은 인재들이 DGIST에서 꿈을 펼쳐보고 싶어 했다.

하지만 지금 DGIST에서는 '꿈'과 '도전' '희망'이 사라져 가고 있다. 이인선 2대 원장은 지난해 9월 취임 후 연구원 인력을 74명(2007년)에서 점차 늘려 2010년 211명, 2015년 411명으로 늘려가기로 했다.

교육과학기술부(당시 과학기술부) 승인까지 받은 이 정원은 그러나 현재로서는 헛된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지금 있는 직원들의 임금도 제대로 주지 못하면서 새로운 직원 채용, 그것도 우수한 인재를 신규로 모집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DGIST와 같은 국가연구기관은 인건비의 70%만 정부 지원을 받고, 나머지는 외부연구과제 수탁으로 메워야 한다. 하지만 현재 DGIST는 이 같은 자체 경쟁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

이인선 원장은 "지역기업들이 열악해 기업으로부터 연구과제를 수탁하는 것이 여의치 않다. 시도와 DGIST의 연계도 미흡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현재 부족한 인건비조차 못 채우는 상황에서 교육과학기술부의 정원승인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주력 연구방향 아직 '감감'=더 큰 문제는 DGIST의 연구역량을 어느 분야에 집중해야 할지 아직도 확실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

DGIST는 2대 원장 취임 뒤 4개 연구부를 '나노바이오연구부' '미래산업융합기술연구부' 2개로 축소했다. 경북의 에너지산업과 대구의 섬유를 연계한 '에코나노' 분야와 지역의 강점인 임베디드SW 및 전자 부문을 활용한 '지능형자동차' '로봇' 등의 분야에 특화하는 방안은 아직 구상단계다.

올해 예산 373억5천300만원을 포함해 지난 5년간 845억6천500만원이 투입된 DGIST가 '뭐하고 있었느냐'는 혹독한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정체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존립의 위기를 맞은 DGIST가 돌파구로 고안한 것이 대학원 설치. 대학원을 만들게 되면 KAIST와 광주과기원처럼 정부로부터 인건비 등을 전액 지원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교수'라는 타이틀을 줄 수 있어 우수인력 유치에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초 어렵게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를 통과한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법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본회의 상정이 무산됐다.

또 DGIST의 대학원 설립 움직임과 관련, 지역 대학에서의 반대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별다른 여론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교육기능'을 추가하려고 했던 탓이다.

전문가들은 "DGIST 내에 DGIST가 왜, 어떻게, 무엇을 목적으로, 어떤 구상 아래 설립됐는지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라면서 "DGIST의 파행이 어디에서 초래됐는지를 되짚어볼 때 비로소 DGIST의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탐사팀=석민기자 sukmin@msnet.co.kr

▨ DGIST란?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DGIST)은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한 영남권에 산업기반과 각종 대학들이 집중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R&D) 기능이 취약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추진됐다.

교육·연구기관으로서의 지역대학과 지역 산업체 간의 미흡한 연계를 보다 활성화하고 촉진하는 산업화 연구기관(R&BD·연구개발 및 산업화)으로서 구상된 것이다.

수도권과 대전에 연구개발 인프라가 집중되어 있을 뿐, 국내 사업체 수의 58.5%가 모여 있는 영남권에는 대형 국책연구개발기관이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이러한 R&D 역량의 부족은 지식기반경제시대를 맞으면서 기업의 역외 유출, 산업구조 고도화 지연 등으로 나타나 지역경제 침체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DGIST는 또 신개념의 혁신적인 연구기관을 지향하고 있다. 지역의 잠재력과 수요에 근거한 3, 4개의 전문화된 연구소가 결합된 분산형 종합연구소를 추구하면서, 산·학·연·관 네트워크를 활성화시키는 지역혁신체제(RIS)의 매개체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결국 DGIST는 지역 및 국내외 우수 인재를 활용해 영남권 과학기술 R&D 거점을 확보하고, 취약한 영남권 지역산업의 연구개발 기능을 보완하면서 영남권 산업의 첨단화와 고도화를 추진하기 위해 설립된 국책연구기관인 셈이다.

이를 위해 DGIST는 ▷첨단산업분야에서 지역산업의 기술 고도화를 위한 연구개발 및 그 성과의 보급 ▷국내외 대학, 연구기관, 산업체와의 수탁 연구 및 공동연구 ▷지역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기술수요조사 및 연구평가 ▷지역의 첨단기술분야 전문인력양성 및 교육훈련지원 ▷연구개발결과의 산업화 지원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 DGIST 설립추진 연혁

2003년 3월 DGIST 설립을 위한 연구모임 출범

2003년 6월19일 DGIST 설립에 관한 특별조치법안 국회 공청회

2003년 11월 DGIST 설립구상 첫 공개 논의

2003년 12월 DGIST법 공포

2005년 3월 DGIST 연구용역 보고회 및 입지 확정

2005년 5월 DGIST 출범

2007년 7월 1단계 공사 발주

2008년 3월 실시설계 적격자 선정(대림산업·GS건설 컨소시엄)

2008년 4월 토목기반공사 착수, 실시설계 도서 작성

2008년 5월 기공식 예정(대구 달성군 현풍 일대 34만㎡ 규모·현재 토지보상률 70%)

2008년 8월 실시설계 도서 작성 완료

2008년 9월 건축공사 및 부대공사 착수

2010년 12월 1단계 공사 완료(부지 가격 포함 1천704억원)

2015년 중 2단계 공사 완료(661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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