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탁상 치안'치우고 현장 뛰는 경찰로

경찰이 관할지역이 넓은 농촌 지역 지구대부터 파출소로 다시 바꾸기로 했다. 혜진'예슬 양 사건이나 일산 초등학생 납치 성폭행 미수 사건 이후 경찰의 미숙한 초기 대응을 나무라는 국민의 비난에 따른 변화 중 하나다. 그러나 시행 4년여 만에 다시 바꾸는 것은 지구대가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이었음을 인정한 셈이다. 또 제도보다 실질적인 운영과 감독이 중요함을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2003년 10월 경찰은 파출소 3~5곳에 분산돼 있는 경찰력을 지구대 1곳으로 집중시켰다. 날로 흉포화'광역화하는 범죄에 신속하게 대응한다는 명분이었다. 당시 파출소를 줄이고 지구대를 만든 목적은 경찰이 주민 곁으로 더욱 빠르게 다가가라는 뜻이었다.

지구대가 출범한 뒤에도 주민들의 민생치안에 대한 불만은 줄어들지 않았음을 각종 사건들이 보여준다. 범죄는 가까이 있는데 경찰은 현실적으로 너무 멀리 있다는 불평도 잇따랐다. 경찰 내부에서도 파출소가 사라지면서 치안 사각지대가 늘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범죄 신고를 해도 출동이 늦다거나 아예 묵살하는 사례까지 있는 것으로 자체 조사에서도 드러났다. 경찰청이 범죄 발생에 따라 점수를 매기던 관행을 개선하고 범죄 발생을 축소하거나 은폐하는 경찰에 대해서는 징계하는 처방을 내놓은 것도 그 때문이다.

경찰의 힘은 지구대를 파출소로 바꾸는 것보다 먼저 경찰이 바뀌는 데서 나온다. 경찰은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 자체가 범죄 예방 활동이라고 국민들은 믿는다. 파출소를 지구대로 개편했을 때도, 또 파출소로 되돌릴 때도 이유는 같은 '치안'이고 '국민'이다. 경찰이 치안 역량을 키우고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제도보다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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