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 신성장 동력 DGIST, 엔진 꺼질 판

지난해 연구실적 전무…'동남권 R&D 허브' 무색

5년 전 특별법 제정으로 출범한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DGIST)이 지역발전을 위한 신성장동력을 창출해낼 것이라는 지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채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DGIST는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당시 과기부)로부터 현 인력 74명을 연차적으로 늘려나가 2010년 211명, 2015년 411명까지 늘릴 수 있도록 정원승인을 받았지만, 사실상 연구인원을 더 이상 채용할 수 없는 상황에 빠졌다.

DGIST 관계자는 "국책연구기관의 경우 직원 임금의 70%를 정부에서 지원받고, 나머지는 산·학·관 협력 등을 통해 스스로 조달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DGIST는 시·도 및 지역기업, 지역대학 등과의 협력관계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해 임금 부족분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DGIST는 정부로부터 인건비 전액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교육기능을 추가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 왔지만, 올해 초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DGIST 법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이 무산돼 실패했다.

지역 전문가들은 "DGIST의 대학원 설립에 대해서는 지역사회에서조차 제대로 된 의견수렴 과정이 없었다"면서 "이 때문에 일부 지역대학 교수들을 중심으로 강력한 반발 여론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 4년간 조직관리와 경영부실도 심각하다. '동남권 R&BD의 허브'로 세계 최고 수준의 융합기술 첨단 연구개발기관을 지향하고 있지만 지난해 언론에 게재할 만한 연구실적을 단 한건도 발표하지 못했고 최근 2년간 팀장급 우수인력이 5명이나 빠져나가기도 했다.

또 설립 후 수차례에 걸쳐 비정상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등 조직 설계에도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 융합기술분야 및 외부기관과의 비즈니스에 구체적 연구 프로젝트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기술혁신정책 및 정책기능 인력 부재로 정부, 지방정부, R&D 기관이 요구하는 정책자문 기능을 못하고 외부 기관의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비등하다. 이와 함께 혁신정책, 클러스터 구축, 지역 중심의 융합 기술개발 프로그램 등에서 자체 연구역량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연구결과에 대해 기술이전 및 기술사업화를 할 전문인력이나 조직도 없어 산업현장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연구 지원부서를 이원화해 연구개발과제 관리와 예산 관리기능을 연구관리 경험이 없는 비전문가 그룹 중심으로 운영, 수동적 연구관리와 기능 침체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계 관계자들은 "DGIST는 설립과정에서 본래 구상이 흔들린데다 지역사회 내에서의 위상과 역할 정립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면서 "지역사회에서 적극적인 문제해결에 나서지 않을 경우 새 정부의 일방적인 '개혁' 대상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기획탐사팀=석민 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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