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들의 꿈을 안다. 그들이 꾼 꿈과
그들이 이미 죽었다는 것을 아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리고 그들이 과도한 사랑으로
죽을 때까지 혼돈스러웠던들 어떠리.
나는 그것을 시로 쓰네,
맥도너와 맥브라이드,
코널리와 피어스, 그들은
지금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날들에
초록이 다하는 곳 어디에서든 변한다고
정말 완전히 변할 것이라고.
끔찍한 아름다움이 태어났네.('1916 부활절'의 일부분, 193p)
『쿨 호수의 야생 백조』(W. B. 예이츠 지음/한국예이츠학회 편역/건국대출판부/1만2천원)
내일은 4월 24일이다. 우리에게 있어서는 또 다른 일상적인 하루일 뿐이겠지만, 아일랜드인들에게는 뜻 깊은 날이다. 1916년의 4월 24일은 부활절이었다. 그리고 그날은 야만적인 영국의 지배에 대항한 아일랜드인의 무장봉기가 있었던 날이다. 여느 시민군처럼 이들도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더블린의 우체국을 점거, 농성했지만, 이후 중무장한 영국 정규군의 강경진압 앞에서는 힘없이 물러나야 했다. 소위 '부활절 봉기'라 불리는 이 사건은 결국 15명의 아일랜드 독립운동가를 처형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아일랜드의 민족시인 예이츠는 이날의 봉기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몇 달 후에 '1916 부활절'이란 시를 남김으로써, 식민지 조국의 해방에 관한 자신의 역할을 다하였다.
"우리 모두에게는 인권과 정의를 위해 분연히 일어서야 할 때가 오는 법이라네, 젊은 친구. 안 그랬다면 영원히 마음이 편치 못했을 거야."(록스턴 경의 말 93p)
『잃어버린 세계』(아서 코난 도일 지음/김상훈 역/행복한책읽기/8천9백원)
부활절 봉기에서 사형당한 15명 중에는 그 유명한 로저 케이스먼트 경이 포함되어 있었다. 일찍이 영국의 외교관으로서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지에 임관됐던 그는 악랄한 제국주의의 수탈과정을 두 눈으로 목격한 후 개안하여, 후에 조국 아일랜드 해방을 위한 독립투사로 변신한다. 부활절 봉기 당시, 독일의 명 잠수함 'U보트'를 빌려 아일랜드로 향하던 그는 결국 사로잡혀 반역죄로 처형당한다. 코난 도일은 앞서 1912년 발표한 걸작 SF '잃어버린 세계'에서 이 로저 케이스먼트를 모티프로 '존 록스턴 경'이라는 멋진 인물을 창조해 낸 바 있다. 소설에서 냉정하고 약간 시니컬하지만 정의로운 인물로 묘사되는 그는 챌린져 교수, 서멀리, 말론 등의 매력적인 인물과 함께 잃어버린 공룡들의 세계로 여행을 떠난다. 백년도 못 가는 권력은 영웅들을 죽였지만, 영웅들은 시와 소설 속에서 영원히 살아 숨 쉰다.
박지형(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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