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49년 집권 카스트로가 밝힌 '나의 투쟁'

피델 카스트로 마이 라이프/피델 카스트로·이냐시오 라모네 지음/송병선 옮김/현대문학 펴냄

피델 카스트로.

그는 행복한 혁명가다. 호치민, 체 게바라 등 낮은 데로 임한 무수한 혁명가들과 달리 49년 동안 보석 같은 땅 쿠바를 통치하고 있다. 쿠바혁명의 영웅으로, 또 최장기집권 독재자로서 추앙과 비난을 동시에 받으며 붉은 정열의 땅에서 뜨거운 삶을 보내고 있다.

그렇다고 그가 부귀영화만 누린 것은 아니다. 그는 10명의 미국 대통령(아이젠하워, 케네디, 존슨, 닉슨, 포드, 카터, 레이건, 아버지 부시, 클린턴, 아들 부시)과 싸워야 했다. 600여차례가 넘는 암살기도와 끊임없는 미국의 외압에도 그는 살아남았다.

그의 지도 아래 10만㎢가 조금 넘고, 인구가 1천100만명인 쿠바는 커다란 힘으로 세계 차원의 정치를 이끌어갔다. 미국 지도자들은 그를 몰락시키기는커녕 제거하지도 못했으며 쿠바혁명의 방향을 수정하게 하지도 못했다.

카스트로는 쿠바이고, 쿠바는 곧 카스트로였다. 2005년 파킨슨병에 걸렸다는 CIA의 루머, 장출혈로 한동안 공개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자 나돌았던 사망설 등 그는 국제 정치무대에서 끊임없이 회자되는 살아 있는 전설로 '성스러운 괴물'이라 일컬어진다.

피델 카스트로는 1926년 8월 13일 쿠바의 오리엔테지방에서 태어났다. 스페인 이민 노동자로 이 나라에 들어온 그의 아버지는 피델이 태어날 무렵에는 번창하는 설탕 농장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소년 피델은 쿠바 중산층의 안락한 생활을 누렸다.

그는 아바나의 제수이트파 고등학교에 다녔으며 그의 졸업앨범의 기록에 따르면 성적이 특출했고 언제나 용기와 자부심으로 학교의 명예를 지키는 진정한 운동선수였다.

1953년 7월 26일 혁명은 시작되었다. 모두 160명인 카스트로의 소규모 군대는 1천명의 수비대가 있는 산티아고 부근의 몬카다 병영을 공격했다. 그러나 공격은 실패했다. 바티스타 군대가 거리와 들판으로 그들을 추격하자 혁명군은 흩어져서 은신했다. 혁명군뿐만 아니라 그들과 관련이 없는 사람들까지 많은 사람이 살해되었다. 변호사인 카스트로는 스스로 변호할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해서 얻었다. 그때까지 76일간 독방에 감금되어 있었던 카스트로는 자기변호의 절정을 이룬 열정적인 연설을 했다.

메모 하나 없이 일사천리로 한 연설은 쿠바의 역사와 혁명의 당위성을 역설한 것이다. 그의 연설은 편지 행간에 라임과즙으로 적어 넣어져 감옥 밖으로 밀반출됐다. 그리고 소책자로 출판됐다.

"나는 내 형제 70명의 생명을 앗아간 간악한 독재자의 분노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에게 유죄판결을 내려라.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역사가 나를 방면할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은 '역사가 나를 방면할 것이다'였다.

카스트로가 바티스타 군대를 이긴 후 아바나에 위풍당당하게 입성한 것이 서른두살 때였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10달러 지폐를 갖고 싶다고 편지를 썼던 아이, 선생님을 골탕먹이고 성적표를 위조했던 반항아는 혁명의 전사로 쿠바의 운명을 짊어진 것이다.

이 책은 피델 카스트로의 자전적 회고록이다. 피델 카스트로와 프랑스 최고의 지성을 대표하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편집인 이냐시오 라모네가 2년 동안 100시간 넘는 밀착 인터뷰를 통해 완성된 것이다. 카스트로의 일대기를 생생한 육성으로 담아낸 것이다.

진정한 혁명의 영웅인가? 아니면 잔인한 독재자인가? 카스트로의 어린 시절, 체 게바라와의 만남, 3천명의 병력으로 8만명의 군사와 대항했던 쿠바 혁명의 성공, 미국의 끊임없는 암살음모와 경제제재, 3차 대전이 일어날 뻔한 쿠바사태 등 수많은 궁금증에 카스트로가 직접 답을 밝히고 있다. 이 책은 카스트로와 쿠바 역사의 완벽한 기록이다. 716쪽. 3만2천원.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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