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옥관의 시와 함께]길/이종암

직장 내 산악자전거팀 따라

길을 나섰네 빌린 자전거에 몸을 얹어

동네 뒷산으로 갔네 길이 철커덕철커덕

바퀴살 속으로 들어와 측, 측 죽는다

이렇게 자꾸 베어 먹어도 자전거

앞에 길은 끝없이 펼쳐진다

포항 지나 기계, 죽장, 상옥의 길들이

자전거 속으로 다 들어오고 서쪽 하늘도

끝까지 버티다 피 흘리며 저렇게 자전거

속으로 스러지는데 길은 또 있다

백두대간을 타고 설악과 금강으로

또 바다로 하늘로

길은 끝이 없다 그래서 길이다

그렇더라도 내 길은 늘 목마르다

내 길의 종착점인 당신은 언제나

길 저 너머에 있어 어제 오늘도

나는 길 위에 서 있다

자전거를 타면 길이 몸속으로 흘러드는 걸 느낀다. 다시 말하면 몸과 길이 둥근 바퀴의 매개로 일직선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같은 바퀴라도 자동차의 바퀴와 자전거의 바퀴는 다르다. 동력이 흘러나오는 곳이 기계가 아니라 몸이라는 점. 기계이되 자연에 가장 가까운 기계가 자전거다.

자전거 바퀴가 핥고 지나가는 길은 우리 몸에 직접 기억된다. 오르막과 내리막, 포장도로의 평탄함과 흙길의 울퉁불퉁함이 우리 감각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그러므로 "길이 철커덕철커덕/ 바퀴살 속으로 들어와 측, 측 죽는" 감각이 생생하게 살아나는 것이다. 이 감각을 내장한 그의 시가 은빛 바퀴살처럼 '측, 측' 거침없이 나아갈 내일을 그려본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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