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퇴진한다. 이 회장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아쉬움이 크고 할 일이 많지만 지난날의 허물은 모두 안고 가겠다"고 밝혔다. '특검 수사에 따른 법적 도덕적 책임을 모두 지겠다'고도 했다. 삼성의 잘못을 인정하고 총체적으로 사과한 것이다. 그는 21년 동안 삼성을 국가대표 기업으로 일으켜놓았다. 그러고도 명예스럽지 않은 뒷모습을 남기고 퇴장한 것이다.
삼성이 밝힌 경영쇄신안은 사회적 예상치를 뛰어넘는 내용을 담았다. 이 회장의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는 고객총괄책임자 자리에서 물러나 해외에 나가기로 했다. '황제경영'이란 사회적 비난의 중심에 있는 전략기획실은 해체하고 경영 실세들이 동반 퇴진하기로 했다. 은행업 진출도 포기한다고 밝혔다.
이번 쇄신안에서 삼성의 지배구도와 경영권 승계문제를 두고 핵심을 비껴갔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해외의 이 전무가 적당한 시기에 들어와 합법적 승계 절차를 밟느냐, 전문경영 체제로 가느냐는 앞으로의 삼성이 결정해서 가야 할 길이다. 삼성이 밝힌 대로 사회적 공감대가 부족한데도 무리하게 경영권을 승계하려면 더 큰 불행이 된다는 것을 삼성 내부에서도 인정하고 있음을 긍정적으로 보고 싶다.
지난해 10월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시작된 삼성 특검이 이번 쇄신안을 가져왔다. 우리 사회에서 반삼성 분위기가 있어온 것도 사실이다. 이번 쇄신안이 우리 사회의 이런 반재벌 반기업적 정서를 가라앉히는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삼성은 투명 경영과 사회적 책임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번 쇄신안이 완성이 아니라 단지 시작일 뿐'이라는 삼성의 발표처럼 새로 태어날 삼성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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