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걷고 싶은 길]대구 수성구 욱수동~욱수골~망월체력장

"자연이 내린 축복이죠"

만물이 기지개를 켜는 봄은 가장 역동적인 계절이기도 하다. 땅을 뚫고 나오는 이름 모를 풀꽃, 어린아이처럼 청신한 신록 등 자연의 경이로움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대구 수성구 욱수동 덕원고 부근에 있는 망월지. 달을 바라 본다(望月)는 뜻을 지닌 이곳에서는 자연의 경이로움과 더불어 강인한 생명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망월지는 전국 최대 규모의 두꺼비 서식지로 유명하다. 저수지 곳곳을 살펴보니 몸통이 손톱보다 작은 두꺼비 올챙이들이 지천이다.

망월지 윗쪽인 욱수골에 사는 두꺼비들은 3월초쯤이면 수컷이 암컷 등에 업혀 산란지인 망월지로 내려온다. 3월초나 중순쯤 망월지에서 산란을 하고 3월말이면 올챙이로 변한다. 그러다 성체가 된 아기 두꺼비들은 4월말부터 5월초 산으로 되돌아간다. 두꺼비들이 이동하는 모습은 신기함 그 자체다. 얼마전까지 농촌에서 쉽게 볼 수 있던 두꺼비는 환경오염으로 크게 감소했다. 자녀들의 손을 잡고 망월지 둑길을 걸으며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란 전래동요를 같이 부르면 가족 간의 정이 더욱 돈돈해지지 않을까 싶다.

가랑비를 맞으며 망월지를 떠나 욱수골로 오른다. 식당가가 끝나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등산안내판과 함께 산으로 올라가는 흙길이 나타난다. 망월체력장이나 솔밭, 해발 432m인 안산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폭이 3,4m 정도 되는 길은 경사가 오르기에 딱 알맞다. 길 옆으로 우거진 소나무를 보며 걷는 산길은 매우 상쾌하다. 중간 중간에 있는 의자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아주머니들의 모습이 정겹다. 어느사이 가랑비도 그쳐 산행하기에 안성맞춤이다.

20여분 정도 올랐을까. 얼굴에 땀방울이 맺힐때쯤 망월체력장이 보인다. 훌라후프를 돌리는 중년 여성들을 비롯 헬스기구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중년 남성 등 10여명이 운동에 열중하고 있다. 낙엽송 그늘 아래 자리잡은 체력장에는 10여가지의 운동기구들이 보기좋게 자리를 잡고 있다. 조평길(66·수성구 신매동)씨는 "1주일에 3, 4번 정도 이곳을 찾는다"며 "산행과 헬스를 동시에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운동기구는 무료로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다. 배성근(49)씨도 "중학생과 초등생인 아이들과 함께 산행을 하기에 매우 좋은 코스"라며 "1시간30분 정도 운동을 하고 내려가면 몸과 마음이 개운하다"고 귀띔했다.

등산로 출발점에서 망월체력장을 왕복하는 데엔 40~50분 정도, 조금 더 윗쪽에 있는 솔밭을 오고가는 데엔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평일에 수백명, 주말에 수천명이 찾을 정도로 인근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등산로다. 특히 맑은 공기와 숲이 우거진 숲속에서 헬스운동을 할 수 있어 주민들은 "보약 먹는 것보다 훨씬 낫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다만 등산로에 가로등이 없어 야간에 산행을 못하는 게 유일한 흠이라는 게 주민들의 이구동성이다. 솔밭을 거쳐 안산 정상을 다녀오는 길, 망월지~욱수골~망월체력장 등산로는 자연이 내린 축복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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