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빠르게만 돌아가는 디지털시대에 가수 강산에(45)의 존재는 참 반갑다. 몇 개월이 멀다하고 디지털 싱글 앨범을 끊임없이 내놓는 가수들이 수두룩한 요즘, 강산에는 이런 추세를 거스르기라도 하듯 무려 6년 만에 8집 앨범'물수건'을 내놨다. 물론 아날로그 방식의 정규 앨범이다.
"늦게 내려고 한건 아니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됐네요. 일본에서 싱글 앨범을 내자는 제의가 들어와서 곡 작업을 하다가 일본 회사가 부도 나는 바람에…. 이것저것 도모했는데 다 계획이 어그러져 결국 6년 만에 앨범을 내게 됐습니다."
물론 강산에는 그간 여러 공연과 CBS FM'DJ라기엔 좀 쑥스럽지만 강산에입니다'의 DJ 등 활동을 통해 팬들과 계속 만나 왔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팬들에게 신곡을 들려주지 못한 데 대한 미안함이 쌓였다.
"나를 사랑해 주시는 팬들에게 보답하는 길은 내가 많이 공연을 펼치고, 신곡을 들려드리는 것뿐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마음이 조급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디지털 싱글 앨범을 발매하려고도 했지만 저에게 디지털 싱글 앨범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포기했어요. 지금까지 기다려주신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앨범 제목이'물수건'이 된 것도 팬들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다. 음식점에 들어가면 항상 나오는 것이 물수건. 여름에는 차갑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내놓아 식사를 앞둔 사람들의 기분을 살짝 전환시켜준다. 강산에 자신이 팬들에게'물수건'처럼 사소한 기분 전환의 사물로 쓰이고 싶은 마음에 앨범 제목을 이렇게 정했다.
수록곡 역시 따뜻하고 솔직하다. 뻔한 사랑노래나 애써 꾸며진 수사 대신 소소하지만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담았다. 타이틀곡인'답'은 우리 삶에 끊임없이 이어지는 선택의 기로 속에서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답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강산에의 바람을 담은 노래다.
'아침의 사과'는 아침에 눈 뜨기 전에 누운 자리에서 사과를 먹는 자신의 습관을 담은 곡.'나의 기쁨'은 가까운 사람들과 소소한 사물의 소중함을 레게리듬에 담은 노래다.
'내 여자'는 강산에의 든든한 지원군인 일본인 아내 다카하시 미에코씨에 대한 얘기."부인과 참 오래 살아봤는데도 계속 새롭고 신선해요. 배고프고 졸릴 때 예민해지고 반대 일 때에는 천진하거든요. 그런 모습을 가진'내 여자'에 대한 노래죠."
부인 미에코씨는 이번 앨범 재킷 디자인도 했고 작사가로도 참여했다. 노란빛깔 털실 위에 웃음 띤 남자의 얼굴이 새겨진 따뜻한 재킷 디자인이 미에코씨 작품이다. 또'나비'란 예명으로 타이틀곡'답'을 비롯해'낮잠' '나의 기쁨''눈물 핑' 등 곡을 작사했다.
앨범에는 이밖에도 강산에 밴드의 키보디스트 고경천과 오랜 음악 친구인 일본인 기타리스트 하찌(그룹'하찌와 TJ'멤버), 하세가와 요오헤이 등 뮤지션이 참여했다.
오랜만에 앨범을 낸 강산에는 요즘 눈코 뜰 새 없는 활동으로 팬들에게 보답하고 있다. 스스로'수퍼 아이돌 스타'처럼 활동한다는 그다.
4월2일부터 20일까지는 홍익대 인근의 한 공연장에서 장기 공연을 펼쳤다. 그의 공연은 오랜 갈증으로 강산에를 기다려 온 팬들의 성원 덕분엔 매진을 이어가며 성황리에 끝났다.
라디오 프로그램에도 열심히 출연하고 있다. 윤도현·김C 등 같은 회사 동료들이 라디오 DJ와 게스트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어 큰 힘이 돼 준다. 강산에 자신도 라디오 DJ석에 앉았던 만큼 라디오는 그에게 친근한 매체다.
공중파와 케이블 음악 프로그램에는 강산에가 출연할 프로그램이 많지 않다. 그래도 KBS'윤도현의 러브레터'와 SBS'김정은의 초콜릿'등 색깔에 맞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팬들과 만났다.
"소소한 일상을 노래할 수 있는 지금이 너무 좋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음악뿐인데 음악만 하고 살 수 있다는 것도 기쁘고 즐겁죠. 공연을 하면 와 주는 팬들이 있고 옆에는 응원을 해 주는 아내와 좋은 음악 친구들이 있습니다. 음악 시장이 이렇게 어려운데 아날로그 앨범을 내 주는 회사가 있는 것도 감사할 일이죠."
복잡하고 힘들했던 청춘을 보내고 불혹을 훌쩍 넘긴 뮤지션 강산에에게는 이제 삶의 모든 게 소중하고 기쁘기만 하다. 음악을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무한한 행복인 그에게는 음악 시장이 어렵다고 불평을 하는 목소리도 귀여운 투정 같기만 하다. 강산에는 앨범에 담긴 행복 바이러스를 팬들에게 조용히 전하고 싶은 마음 뿐이다.
연예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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