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곤죽이 되어 손님들 술 시중을 들다 들어 온 후, 집안 변기속에 사정없이 구토를 한다. 술 권하는 사회에 저주를 퍼부으며, 옆에서 등을 두르려 주는 여자의 다정한 손길을 뿌리치며 역겨운 현실에 토사물을 쏟아낸다. 겉으로는 폼나게 멋있게 몸을 다듬고 다녔지만. 차창밖으로 보이는 네온 불빛 반짝 거리는 서울은 온통 내장을 드러낸 채 밤 그림자속에 널부러져 있다.
사실 쿨~하게, 폼~나게, 느낌있게라는 보도 자료의 야시시한 문구와 달리, '비스티 보이즈'가 그려내는 서울의 응달에는 좀처럼 햇빛이 들지 않는다. 아르마니 양복을 입고 롤렉스 시계를 차고 질펀한 육체의 혈기가 빚어내는 환락의 화음을 마음껏 즐겨 보지만, 주인공들은 수컷으로서의 자존감을 팔아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비스티 보이즈'는 청담동이라는 대한민국의 첨예한 물질문명의 늪에 빠져 신음하는 호스트와 호스티스들의 비극적 몰락기이다. 호스티스인 누나는 육체를 담보로 선금을 땡겨 남자 뒷구멍에 죄다 밀어 넣고, 호스트인 동생은 호스티스 애인에게 점차 편집증에 가까운 집착을 보인다.
이즈음 되면 전작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숨겨진 군대 문화를 적나라 하게 까발렸던 윤종빈 감독의 전략이 어느 정도 가늠이 되는 구석이 있다. 전작은 군대, 이번에는 호스트 바. 금기의 장소, 관객들 그것도 여성 관객들의 호기심이 일만한 장소에 카메라를 가져다 댄 후, 그속에서 휘청이는 인간군상들의 모습을 세밀화로 그려낸다. 윤종빈 감독의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늘 관계에 집착하며 파국을 향해 내 달린다.
그런데 데뷔작 '용서받지 못한 자'의 선전과 달리, '비스티 보이즈'는 제목의 의미, '굉장히 인상적인 놈들'이란 뜻을 배반한 채, 그렇게 인상적이지가 않다. 아니 솔직히 2시간이 넘는 러닝 타임 동안 '지루해 죽겠다'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을 정도로 나열적이다. 일단 과거 좀있는 집안출신이었다가 막 신참내기 호스트가 되어 승우(윤계상)와 철저히 반사회적인 성향의 호스트 바 PD(호스트와 손님을 짝지어 주는 partner director)로 일하는 재현의 이야기가 전혀 섞이지 않는다. 한 영화 안에 두 개의 이야기가 병렬되니, 러닝 타임이 길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군대야 윤종빈 감독이 3년을 구른 곳이지만, 호스트 바는 남의 이야기를 듣고 꾸어다 쓸 수밖에 없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 그 공간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시선은 무뎌지고, 인물들은 생생함을 잃는다. 또한 어떤 시각적 이미지를 가지고 불야성같은 서울-청담동을 형상화할 것인가에 대한 감독의 치열한 고민도 잘 눈에 띄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윤계상의 연기력 부족, 윤진서의 미스 캐스팅은 영화의 아킬레스건과 같다. 관객으로서는 소년같은 수줍음과 수컷의 열등감 때문에 괴로워하는 승우에게 충분히 공감을 할 자세와 태도가 되어 있으나, 윤계상은 영화 내내 하정우란 걸출한 배우에게 눌려 좀처럼 제 색깔을 내지 못한다. (아! 게다가 둘은 동갑이란다)
윤계상-윤진서-윤종빈의 세 '윤 트리오'의 야심만만한 주류 입성기 '비스티 보이즈'. 그러나 영화는 거꾸로 잘 나가는 독립영화감독이 상업 영화의 자장에 들어 왔을 때, 어떻게 상업 영화의 리듬감각과 흥행의 감을 놓칠 수 있는지에 대한 교훈서로 남을 것 같다. 다시 갓 스무살을 넘긴 청년의 자리로. 윤종빈 감독의 평가는 그가 감독 삼종 경기, 삼 세 판을 다 치루어 낸 후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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