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물가가 너무 올라 실물경기가 오그라들고 있습니다. 자영업자들은 "장사가 안 된다"고 아우성입니다. 자영업자인 박수병(가명·52)씨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박씨의 사업이 몹시 부진합니다. 사업이 잘될 때 넣고 있던 보험료도 이만저만 부담되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소득은 줄어들고 보험을 해약하자니 손해가 만만치 않습니다. 노후문제도 남의 일이 아닙니다. 아내(50)와 출가하지 않은 20대 남매와 함께 사는 그는 이제부터 어떤 재테크 전략을 세워야 할까요? 계명대 재무상담클리닉센터(센터장 배미경 계명대 교수)와 함께 박씨의 향후 자산관리 전략을 만들어봤습니다.
A.
◆자산관리는 3박자를 고루 갖춰야
자산관리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3가지 요소를 머릿속에 그려야 한다. 먼저 돈이다. 돈이 있어야 잘 굴려서 눈덩이처럼 불려나갈 것이 아닌가? 이는 바로 소득관리를 뜻한다.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진다'는 말이 있다. 특히 박씨처럼 자영업을 하는 경우, 사업이 잘될 때에는 돈도 풍족하게 쓰게 되고 자산형성에 대해 큰 걱정을 하지 않지만 사업이 위축돼 갑자기 소득이 줄어들어 자산을 정리해 보면 의외로 모아 놓은 자산이 얼마 없어 위기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성공적인 자산관리는 일정한 저축금액을 확보하는 것부터 출발한다.
다음은 복리 개념을 잘 이해해야 한다. 복리는 종자돈이 만들어지면 이자에 이자가 붙는 것을 의미한다. 복리의 효과를 충분히 누리기 위해서는 최대한 빨리 시작해서 오랜 기간 동안 투자해야 한다. 그러면 복리 효과에 의해 적은 돈으로 많은 돈을 모을 수 있다. 즉, 시간이 돈을 벌어주게 된다.
마지막으로 수익이다. 저금리 시대에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만큼이나 수익률도 자산관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다. 특히, 장기투자를 할 경우 수익률이 1%만 더 높아도 만기에 가서는 큰 금액 차가 생기게 된다. 이 세가지를 고려해서 재무설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잘못된 자산 배분이 화를 자초
박씨는 사업이 잘돼 월 소득이 약 800만원 정도일 때에는 자산관리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또 주변 권유에 의해 저축금액의 상당부분을 보험으로 이것 저것 가입했다. 그러나 최근 사업이 다소 부진하면서 월소득이 대폭 줄어들게 되자 매월 100만원씩 투자하던 적립식펀드도 일찌감치 중단했고, 이제는 매월 300만원에 가까운 보험료를 내고 나면 매달 적자다. 그렇다고 보험료 납입을 중단하자니 계약이 해지돼 손해를 보게 된다.
박씨는 자산 배분을 잘못한 대표적인 사례다. 우선 생활비를 뺀 가처분소득 450만원(과거 월소득 800만원 기준) 중 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62%나 된다. 특히 보험은 장기상품이기 때문에 자신의 형편에 맞게 설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씨 같은 자영업자들은 미래 소득을 예측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보험에 가입해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종신보험 등 보장성보험은 월소득의 7~8%, 연금보험은 20%가 적당하다.
우선, 박씨는 소득이 줄어든 만큼 생활비를 대폭 줄여 적자를 메워야 한다. 또 보험을 과감하게 구조조정하라. 박씨의 종신보험은 가장의 경제적 책임을 고려하여 그대로 유지하고, 부인의 종신보험은 최소한의 보장과 특약만 남기고 대폭 감액하라. 그리고 종신보험과 보장내용이 중복되는 건강보험은 정리하고, 저축성보험(금리형)은 변액연금보험으로 갈아타는 것이 좋다. 이렇게 구조조정을 한 뒤 합리적인 자산 배분 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
◆재무목표에 따라 자산 배분해야
두 자녀 모두 대학을 졸업한 박씨의 재무목표는 자녀의 결혼자금과 부부의 노후자금을 준비하는 것이다. 저축예금에 있는 5천만원 중 4천만원은 1년 만기 정기예금을 한 뒤 내년에 딸이 결혼할 때 사용하고, 1천만원은 사업상 필요한 예비자금으로 CMA에 비축하라.
보험을 해약한 6천만원은 펀드로 적극적으로 굴려라. 연 수익률 10%로 5년 동안 굴리면 약 1억원을 만들 수 있다. 아들의 결혼자금으로 사용하고 남는 돈은 노후자금에 보태면 된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증시가 최근 회복세에 있어 주식형펀드를 분할 매입하기에 적당한 시기다. 주식형펀드와 원자재펀드에 투자할 때에는 유행이나 테마에 따라 '몰빵' 투자하지 말고 포트폴리오를 잘 분산, 장기투자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은퇴시기를 최대한 늦춰라
올해 52세인 박씨는 3, 4년 후 은퇴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만약 박씨가 55세에 은퇴해 85세까지 매월 노후생활비로 200만원을 쓰고자 한다면 은퇴시점에 7억4천만원(은퇴 후 수익률 6%로 가정)이 필요하나 지금의 예상으로는 이 돈을 준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월 소득이 적더라도 최대한 은퇴시기를 늦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매월 고정수입이 확보되는 일자리가 가장 좋은 은퇴 준비수단인 셈이다. 만약 박씨가 은퇴시기를 늦춰 60세에 은퇴한다면 은퇴시점에 5억2천만원을 준비하면 된다. 60세까지 매월 80만원씩 변액연금보험에 투자하고, 아파트 역모기지론 등을 활용하면 어느 정도 은퇴준비는 될 것이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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