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은 둥굴고 2줄로 된 108개의 매듭이 있어 변화가 무쌍하다. 1인치(2.54cm)를 두고 생사를 다투는 주루에 비해 뻗거나 떨어지거나 회전하고 휘면서 1cm의 차이에 따라 희노애락이 바뀌는 투구는 실로 오묘하기 이를 데 없다.
야구는 투수 중심의 불공평한 설정에서 출발한다. 타자는 투수가 던지는 투구의 방향이나 종류를 전혀 알지 못한다. 더구나 투수는 18.44m의 짧은 거리에, 30cm 높이의 마운드 위에 서는데 타자는 시선마저 45°각도로 돌려 자신을 향해 오는 공을 마주 보고 있어야 한다. 마주 본다는 것은 옆에서 볼 때에 비해 높이와 속도를 정확히 감지하지 못해 구속을 조절하거나 상하로 공의 이동 방향이 바뀌면 순간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는 뜻.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자가 투수의 공을 쳐내는 이유는 두가지다. 미리 예측한 코스와 구질이 맞아 떨어지는 경우와 투수의 실투에 의한 것. 사실 타자가 준비할 수 있는 있는 것은 오직 정교한 스윙 능력과 반사신경 뿐이다. 타자는 투구가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할 것이라 믿으면서 투구 스피드보다 빠른 스윙 스피드를 내기 위해 스윙 연습을 수백만번 반복한다.
이렇듯 야구는 처음부터 타자가 불리한 싸움이지만 결과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반복되는 대결로 타자도 투수의 능력을 경험하고 정보를 익혀 나가므로 예측 확률도 높아지는 데다 투수들도 상황에 따라 심리적으로 위축되기 때문이다. 투수들은 자신들의 이점을 정확히 인지하면서 타자의 약점을 공략할 무기를 상황에 따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달려 있는데 정신력과 기술을 동시에 완벽하게 갖춘 투수는 흔치 않다. 투수는 시시각각 심리가 변하는 카멜레온 같은 존재다.
근본적으로 투구 자세는 인간의 신체구조를 거스른다. 인간의 팔은 안으로 굽도록 되어 있지만 투구 동작은 반대로 팔을 뻗어야 한다. 어깨 관절에서 팔이 떨어져 나가듯 순간적으로 온 힘을 다해 내던지는 동작을 반복하면 무리가 따른다. 균형을 유지하기 어렵고 매 순간 마음 속으로 정한 코스, 구질로 공을 던지는 것이 힘들 수밖에 없다. 체력을 소비하므로 늘 같은 스피드를 유지할 수도 없다. 베테랑 타자나 발빠른 주자는 신경을 예민하게 만들며 날씨나 컨디션, 심판이나 수비의 도움도 변수다.
만약 경험 많은 투수가 자신의 체력과 신체를 자유자재로 쓸 수 있고 다양한 구질을 갖추어 일관된 마인드로 승부한다면 타자들은 결코 투수들을 이길 수 없다. 그러나 병주고 약주는 세상의 이치가 그렇듯 타자를 공포에 떨게 할 특권을 가진 대신 많은 변수로 언제라도 흔들리는 존재가 투수인 것이다. 반상의 돌 하나하나가 모여 모여 명국을 이루듯 투수의 작업도 부단한 수행의 일부다. 그래서 냉정함 속의 투지와 자신감은 투수들의 생명과 같은 것이다.
둥근 야구공에 두줄로 나있는 빨간 실밥의 오묘한 법칙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최종문 대구방송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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