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대구 중구 달성동에서 자신의 아반떼 차량 앞에 주차된 외제차량과 접촉사고를 낸 임모(45)씨는 진땀을 뺐다. 하필이면 시가 1억원을 호가하는 BMW 승용차와 접촉사고가 났기 때문. 후미등을 깨고 범퍼를 주저앉혀 750만원의 견적이 나왔다. 임씨는 "요즘은 외제차량만 봐도 겁이 난다"며 "본인은 취향이나 여유가 있어 외제차를 모는지 모르겠지만 사고가 났을 땐 서민 운전자에게 큰 고통을 안겨준다"고 했다.
'외제차 스트레스'가 남의 일이 아니다. 아파트 주차장은 물론, 시내 주요 주차장에서도 '외제차를 피해 주차한다'는 말이 과장으로 들리지 않을 정도다.
◆보험요율 수직상승?
국내산 차량의 경우 접촉사고가 나면 대개 10만원선에서 해결할 수 있지만 외제차량은 보상금액이 상상을 초월한다. 사고가 나면 보험요율이 수직상승해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니면 외제차량과 어깨를 나란히 하길 꺼린다. 외제차와 사고가 나면 실제 어느 정도로 보험료가 오를까. S보험사 관계자는 기자의 카렌스 2000년식 차량(연간 보험료 70만원)이 벤츠에 접촉사고를 내 750만원 상당의 피해를 입혔다면 이듬해 보험료는 80만원으로 11% 오르게 된다고 했다. 이는 대물보상에 한정했을 때 적용되는 것으로 벤츠 운전자가 "몸이 안 좋다"며 병원행을 강력히 요구할 경우 90만원으로 보험료가 오르게 된다. 30%가 오르게 되는 셈.
큰 사고라도 나면 더욱 문제가 커진다. 대물보상 범위가 3천만원이 최대일 경우 대책이 없다. 이 때문에 외제차량의 숫자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한 2006년부터 "대물보상을 1억원까지나 무제한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보험으로 해달라"는 고객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티코 소유주가 외제차량과 접촉사고를 내고 차만 두고 도망갔다는 얘기가 충분히 있을 법한 현실이다.
◆주차장도 조심한다.
주차장에서 일어나는 접촉사고도 외제차량에는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지난달부터 '외제차 출입금지'를 천명한 대구시내의 한 주차장. 이곳 업주 이모(71)씨는 "애국심 때문이 아니라 보상가액이 워낙 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차해둔 외제차 사이드미러 한쪽이 부러지는 바람에 200만원의 견적서를 받았다. 이씨는 "아무리 비싼 국산차라도 보험 한도액 50만원으로 충분한데 작은 사고 한번에 150만원을 추가로 물어줬다"며 넌더리쳤다.
대구시내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외제차의 경우 부품조달 기간이 길어져 사고차량을 대체할 렌트비용 때문에 견적이 세다"며 "외제차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부품조달 기간이 단축돼 렌트 기간이 짧아지면 견적비용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07년 말 전국의 외제차는 22만4천900대로 1년 전 17만6천300대에 비해 5만여대 늘었다. 대구시에 등록된 외제차량도 2007년 말 기준 총 6천325대로 2006년 말에 비해 1천179대(22.9%)가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낮은 가격 공세에 힘입어 외제차 숫자가 올해 말에는 3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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