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발전을 위해 한·미간 FTA가 필수적인 것이라면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기꺼이 받아들여야 할 것이고 이에 따르는 어려움은 서로서로 노력해서 극복해야 할 것이다. 최근 미국과 FTA협상과정에서 미국은 우리나라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자국 쇠고기의 완전개방을 FTA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해왔다. 이에 반해 대한민국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직격탄을 맞을 자국의 한우산업에 대한 관심과 대책이 미비해 한우농가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더구나 미국의 강력한 힘에 일방적인 쇠고기협상이 타결되고, 정부가 제시한 한우산업을 위한 정책은 현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한우농가들의 불만이다.
한미 FTA협상이 진행될 때 한우생산자단체인 한우협회에서 일관되게 정부에 주장해 온 것이 있다. 그것은 유통체계의 투명성이다. 값이 싼 수입쇠고기는 싸게, 품질이 우수한 한우쇠고기는 좀 더 비싼 가격으로 소비자들이 즐길 수 있는 유통체계를 마련해 달라는 요구였다. 즉 200만두 한우에 사람의 주민등록과 같은 과학적인 개체 확인체계를 도입하여 송아지의 출생에서 소비자의 식탁까지(farm to table) 안전하고 고품질 쇠고기를 생산한 과정을 소비자들에게 알려주고 수입쇠고기가 한우쇠고기로 둔갑할 수 없는 과학적 검사체계를 마련하여 한우와 수입쇠고기 시장을 투명하게 해 달라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나라 소비자들도 광우병과 같은 질병을 걱정하지 않고 한우쇠고기를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할 시점이다. 이와 더불어 수입된 쇠고기는 값싸게 먹을 수 있는 투명한 쇠고기시장의 구조를 요구해야 할 때다. 한국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기 전인 2003년까지 미국쇠고기의 5대 수입국이었고, 2004년 이후 미국산 대신 호주산 쇠고기가 우리나라 쇠고기시장을 석권할 때 우수한 사육환경과 질병의 안전성이 확보된 호주 쇠고기에 대해 문제제기나 저항은 없었다. 미국소 1억 마리 중 광우병 소가 한 마리 발생하면 대한민국 쇠고기소비량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싼 가격으로 미국쇠고기가 판매될 때 치열한 줄서기를 하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가격을 따질 것인가 질을 따질 것인가를 분명히해야 할 때가 됐다.
대한민국에서 한우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라는 화두는 한우쇠고기가 한우쇠고기로 판매되고 수입쇠고기는 수입쇠고기로 판매될 때 우리의 역사와 함께 해온 한우는 진정한 쇠고기의 가치로서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 영원히 자리매김을 할 것으로 확신한다. 미국산 쇠고기뿐만 아니라 앞으로 EU나 캐나다에서 쇠고기가 수입되더라도 투명한 유통체계는 소비자들의 신뢰와 생산자들의 경쟁력을 갖추는 최선의 방법이라 판단된다.
지금 정부가 한미 FTA의 정책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원산지표시제는 식당에서 어떤 방법으로 원산지를 파악할 수가 있으며, 포장지를 바꿔서 판매할 때, 한우쇠고기와 수입쇠고기를 반반 섞어 팔 때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만이 있는 도축세의 폐지, 법정전염병의 보상, 고급육 장려금은 결국 강가에서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를 잡아서 손에 쥐여주는 일시적 미봉책과 다름이 없는 것이다. 이제 농가들도 국제적 감각과 농촌의 주역으로서 오늘 당장 얼마의 금전적 지원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국제경쟁력을 마련할 수 있는 기술과 큰 그림의 정책을 제시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어떠한 정책이든 산업에 종사하는 농가들에게 희망과 가능성을 제시하는 정책이 되어야 할 것이다. 농가들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정책을 이끌어 갈 것인지를 검토하여 비바람이 몰아칠 때 피신처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비바람에 견뎌낼 수 있는 요령과 훈련을 시키는 정책을 농가의 입장에서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의 무제한 수입과 더불어 사료곡물가격의 급등으로 한우농가를 비롯한 축산농가들은 이중으로 곱사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한우산업의 희망은 지금부터라도 수입되는 쇠고기에 부과되는 40%의 관세수입을 한우산업에 투자한다면 한우는 국제경쟁력을 충분히 갖출 수 있고 농가들의 소외감과 홍수출하의 악순환이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다.
여정수 영남대 생명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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