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품행제로 스타

국내 연예계에서 색다른 각도에서 시선을 끄는 스타들이 있다. 세칭 '4차원 스타'들. 엉뚱한 생각과 돌발적인 행동 등으로 주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유형이다. 뭔가 독특한 정신세계를 가졌을 것 같은 엉뚱함이 오히려 매력을 더해준다. 물론 정도가 지나칠 경우엔 '비호감'으로 전락할 수 있겠지만….

중견 영화배우 최민수 씨도 4차원 스타에 속한다. 히피 같은 헤어 스타일, 튀는 행동, 특히 카리스마 넘치는 언변으로 상대방을 넉다운 시킨다. 최 씨의 독특한 어법은 호가 나있다. '최민수 어록'까지 있을 정도다. 그의 알아듣기 힘든 철학적 언사는 종종 좌중의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든다. "우린 해를 해로, 달을 달로, 별을 별로 부르지만 막상 해, 달, 별은 자신이 해, 달, 별인지 모릅니다." "저는 스피드를 즐기지 않습니다. 스피드를 즐기는 바이크는 초식동물입니다. 육식동물은 절대 빨리 뛰지 않습니다. 제가 바이크를 탈 때도 천천히 타면서 모든 자연을 즐깁니다."

정글 같은 연예계에서 남달리 깊은 정신세계를 가진 것처럼 보이던 '철학적' 최민수 씨가 난데없이 노인 폭행 혐의로 입건됐다. 구청의 주차단속으로 길이 막히자 큰 소리로 심한 욕설을 퍼부었던 모양이다. 한 70대 할아버지가 왜 그리 심한 욕설을 하느냐며 나무라자 최 씨가 "노인네" 운운한 것이 발단이 됐다. 화가 난 할아버지가 급기야 최 씨의 차량 보닛에 올라탔고 최 씨가 그대로 시동을 걸어 50m가량 차를 몰았다는 것이다. 노인에게 주먹질도 했다나.

벌건 대낮 중인환시리에 벌어진 일이다. 두 사람은 곧 화해했지만 울분을 못 이긴 목격자들의 제보로 경찰이 최 씨를 입건, 조사하게 됐다는 것이다. 자존심 세기로 유명한 터프가이는 결국 기자회견장에서 무릎을 꿇었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을 저질렀다"며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는 심정"임을 밝혔다.

강력한 대선 주자였던 정동영 씨는 몇 년 전의 노인 비하 발언이 족쇄가 되어 따라다닌다. 과거 같지는 않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서 노인은 존경과 보호의 대상이다.

잠깐의 화를 못 참아 일생 일대의 과오를 저지르고만 인기 스타. 평소의 당당함과는 달리 초췌한 모습으로 무릎 꿇은 그는 정말 모르고 있을까. 인기란 아침 햇살에 이슬 사라지듯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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