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는 오페라가 비극이지만 그래도 희가극이라는 장르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리고 희가극은 이탈리아 말로 '오페라 부파(opera buffa)'라고 한다는 말도 하였다.
그러나 사실 오페라 부파는 이탈리아의 희가극에만 쓰는 용어다. 다른 나라에서는 희가극을 다른 말로 부른다는 뜻이다. 즉 처음에는 비극만이 있는 오페라 세계에서 희가극이라는 장르가 틈새시장을 비집고 발달하였다. 점차 희가극은 크게 성장하게 되었는데, 유럽의 각 나라들은 각기 그들의 전통 음악과 잘 접목된 희가극들을 발전시켰다.
오페라 부파란 말은 이탈리아의 희가극을 말하는 것이라고 했듯이 희가극에 관한한 각 나라마다 부르는 용어가 달랐다. 즉 프랑스는 '오페라 코미크(Opera Comique)'라 하고, 독일에서 발전된 희가극은 '징슈필(Singspiel)'이라고 한다. 또한 영국에서는 발라드 오페라(ballad opera)라고 부르며 스페인에서는 '사르수엘라(zarzuela)'라고 한다. 이렇게 각 나라마다 희가극은 다르게 불린다. 그뿐만 아니라 각 나라의 희가극들은 조금씩 형태가 다르다. 비가극에 관한한 어느 나라를 불문하고 모두 그냥 오페라라고 부르는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이다.
그렇다면 각 나라의 희가극들은 서로 어떻게 구별할까? 처음에는 나라마다 각기 다른 형태의 특징들이 뚜렷이 있었다. 그러나 오페라가 발전하면서 각 나라가 서로 오페라를 보고 배우며 또한 베끼기도 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나중에는 각 나라의 희가극을 부르는 용어들만 다를 뿐 사실상 모두 엇비슷한 희가극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양보하지 않았던 마지막 특징 하나는 바로 언어였다. 즉 오페라 부파는 이탈리아 말로 노래하고 오페라 코미크는 프랑스어로, 징슈필은 독어로 노래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인 것이다. 물론 발라드 오페라는 영어이며 사르수엘라는 스페인어다. 그것은 작곡가의 국적과도 상관없다. 즉 이탈리아의 작곡가 도니체티가 프랑스어로 쓴 희가극 '연대의 딸'은 프랑스어이므로 오페라 부파가 아니라 오페라 코미크이며, 오스트리아 사람인 모차르트는 이탈리아 말로 노래되는 희가극 '피가로의 결혼'을 썼는데 이것은 오페라 부파로 불리는 것이다.
희가극도 무척이나 발전하여 희가극 중에도 걸작들이 많이 남아 있다. 예를 들어보면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나 도니체티의 '사랑의 묘약'같은 것은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오페라 부파들이며, 모차르트의 '마술피리'나 '코지 판 투테' 같은 것들은 징슈필이다. 반면 발라드 오페라나 사르수엘라 같은 것들은 자기 나라에서만 융성했을 뿐 국제화가 되는 데는 실패하기도 하였다. 희가극들 중에 중요한 특징의 하나는 오페라 부파는 레치타티보와 아리아로 이루어지고 대사가 없지만, 오페라 코미크, 징슈필, 발라드 오페라 그리고 사르수엘라 등은 모두 대사를 허용하는 것이 비가극 오페라와 다른 점이다.
오페라의 융성과 함께 한때 희가극은 크게 발전하였다. 유럽에는 희가극만을 공연하는 전용극장들이 지금도 남아 있다. 즉 파리에는 오페라 코미크만을 전문으로 하는 오페라 코미크 극장이, 베를린에 징슈필 전용관인 코미쉐 오퍼 극장이 남아 있는 것이다.
박종호(오페라 평론가·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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