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어린이날 행사 방송소리에 단잠 설치지만…

내가 공휴일 중 유일하게 쉴 수 있는 날이 어린이날이다. 그래서 내 욕심은 늦잠도 자고 집에서 편히 쉬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오전 8시 30분만 넘어서면 들려오는 방송소리에 더 잘 수도 쉴 수도 없다. 어린이대공원 인근에 집이 있는지라 아침부터 들려오는 방송소리에 아이들 성화에 겨우 물과 간식을 챙겨 어린이대공원으로 가면 11시 남짓. 책을 나눠주고 선물을 나눠주는 공식행사는 이미 끝이 나고 게임과 놀이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이런 날이면 이벤트 회사에서 나온 사람들이 꼭 엄마 아빠를 괴롭힌다. 소리 지르기, 춤추기, 노래부르기 등 그냥 구경하며 웃고 잘하는구나 하면 좋으련만 꼭 우리 둘째는 엄마 아빠가 나가야한다고 손을 번쩍 번쩍 든다. 결국 잘할 줄 모르는 춤추기며 소리지르기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크레파스를 받아들고 와 둘째에게 주면 세상을 다 얻은 듯 함박 웃음을 웃으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그 웃음이 주는 행복이 있기에 온 대구 시내 사람들이 다 모인 장소에서 못 추는 춤을 추며 하늘을 찔러 댄다.

짐짓 어린이날이 다가오니 걱정이 앞선다. 이제 갓 초등학생이 된 둘째는 방송이 나오면 나를 조를 것이고 올해도 어김없이 손을 들 것이다.

올해는 못 추는 춤을 그만 추기 위해 다른 계획을 세웠다. 부산에 있는 아이들 이모네에 4일 날부터 미리 떠나야지. 그럼 방송도 안 들을 것이고 춤도 안 춰도 되겠지. 아무튼 아이들에게 즐겁고 행복한 날이기에 모든 어른들은 수고로움을 감당하며 하루를 함께 보내는 어린이날. 둘째가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더 이상 수고로움도 사라지리라 생각하니 괜히 어린이날이 소중해진다. 나에게 행복한 웃음으로 되돌려주는 나의 아이들이 있기에 오늘도 내게 주어진 일들에 최선을 다한다.

황수미(대구 수성구 황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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