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쇠고기 토네이도'가 불고 있다.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조건을 대폭 완화하면서 광우병에 감염된 쇠고기가 국내로 밀려올 것이라는 우려 탓이다. 예방도, 치료도 불가능하다는 광우병. 정부는 괜찮다고 이야기한다. 미국산 쇠고기는 과연 안전한 것일까.
◆미국 쇠고기 공포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조건을 완화하면서 1단계로 30개월 미만의 소에서 생산된 고기와 뼈의 수입을 허용했다. 미국이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 권고한 강화된 사료금지조치를 공포할 경우 30개월 이상 된 소의 고기 수입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진 후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미친 소' 논란이 우려를 넘어 공포 수준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만 안 사먹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쇠고기가 들어간 가공식품들이 많기 때문이다.
요즘 인터넷에서는 광우병 위험 식품 목록 30개가 나돌고 있다. 네티즌들이 선정한 광우병 위험 음식에는 곰탕, 갈비탕뿐만 아니라 햄버거, 라면, 젤리, 과자 등 거의 모든 가공식품이 망라돼 있다. 비빔밥이나 돈가스 소스, 조미료, 냉면까지 포함된다. 특히 학교나 군대 등 단체 급식에 미국산 쇠고기가 쓰일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인들의 식습관과 유전적 특징도 광우병 감염 공포감을 더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한국인들은 쇠 머릿고기, 갈비, 설렁탕, 곰탕, 갈비탕 등 뼈를 우려낸 국물뿐만 아니라 내장을 즐겨 먹는다. 광우병 인자나 기타 특정오염물질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부위다. 또한 한국인의 95%가 광우병에 취약한 유전자인 '메티오닌-메티오닌(MM)' 유전자를 갖고 있어 미국인(38%)에 비해 감염의 위험이 더 높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더구나 미국 내에서조차 먹지 않는 30개월 이상의 소까지 수입된다면 광우병 위험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광우병의 99%가 30개월 이상 된 소에서 발병하기 때문이다.
◆최강의 공포, 인간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결정에 국민들의 반응이 이처럼 민감하게 나오는 것은 인간광우병의 치명적 위험성 때문이다. '인간광우병'으로 불리는 변종 크로이펠츠-야콥병(vCJD)은 광우병(BSE)에 걸린 소의 뇌와 척수 등 특정위험부위나 오염된 쇠고기를 먹으면 감염된다. 뇌에 구멍이 숭숭 뚫리는 신경질환인 인간광우병의 치사율은 100%다. 치료 방법도, 예방백신도 없으며 워낙 잠복기가 길어 역학 조사도 불가능하다. 극소량(0.001g)만 먹어도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1년 전에 먹은 곱창 때문인지, 10년 전에 먹은 설렁탕 때문인지, 간식으로 먹은 햄버거 때문인지, 과자·라면·감기약·쇠고기맛 조미료가 들어간 찌개 때문인지 원인을 찾을 수 없다.
바이러스나 세균이 아니기 때문에 광우병 인자는 600℃로 익혀도 없어지지 않는다. 광우병의 가장 큰 공포는 '교차 감염'을 일으킨다는 점. 이 말은 쇠고기·쇠뼈를 갈아 만든 사료를 닭·돼지에게 먹여 키운 뒤, 이 동물을 도축한 부산물로 사료를 만들어 소에게 먹일 경우 광우병이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박청규 경북대 수의학과 교수는 "광우병은 쇠고기가 들어간 모든 음식은 물론, 인간 광우병 환자를 치료할 때 사용한 수술기구를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며 "아직 국내 보고 사례가 없어 인간 광우병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도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전염상 해명상뇌증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칼턴 가이듀섹은 '닭도 광우병 소의 뼈를 갈아 만든 사료를 먹고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닭의 배설물은 채소의 비료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고 했다. 채식주의자라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정말 안전할까
광우병은 소의 경우 평균 45개월, 인간의 경우 25~30년 평균 잠복기를 거친다. 그러나 30개월 미만의 소라고 해도 광우병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30개월 미만 소에서도 약 0.05%가량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들 사이에서 광우병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데 대해 민동석 농림수산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은 22일 평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만 제거하면 99.9% 안전하다"며 "마치 복어를 독을 제거하고 우리가 아무런 걱정 없이 먹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국제수역사무국의 기준에 따르면 30개월 미만의 소는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고 뇌와 머리뼈, 척수, 눈, 편도, 회장원위부(소장의 말단부) 등 특정위험물질 7개 부위만 제거하면 위생상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 말은 90%만 맞다. 광우병 병원체는 뇌와 척수 등 7개 부위에 집중돼 있지만 비장, 내장, 우족 등 기타부위에도 분포돼 있다. 전문가들은 특정위험물질 부위를 완벽하게 제거하는 게 어렵다고 말한다. LA갈비의 경우에도 척추에 붙어있는 갈비를 발라내는 과정에서 척수가 섞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 도축 과정에서 위험물질이 살코기로 옮을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가능성을 인식한 일본은 20개월 미만의 소를 수입하고 뇌와 척수의 수입은 금지하는 등 금지 부위도 훨씬 광범위하게 정해놓고 있다. 중대한 위반이 발생하면 미국산 쇠고기 전체를 수입 중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동학 대구시 수의사회 상임이사는 "광우병 위험이 있는 뼈를 검역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 문제"라며 "쇠고기 이력 추적제를 자치단체나 축협 차원이 아닌 국가적인 사업으로 추진하고 개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원재료에 쇠고기 수입국가를 표시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 광우병
광우병의 원인은 '변형 프리온 단백질(PrP-sc)' 이다. 광우병은 초식 동물인 소에게 소뼈 등을 갈아 만든 동물성 사료를 먹임으로써 체내의 프리온 단백질(PrP)이 변형돼 생기는 질병이다. 축산업자가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섞어 먹이는 이유는 빨리 자라고 육질이 좋아진다는 이유 때문이다. 현재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만 동물성 사료를 허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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