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번역하자면 '철인'일까.
올해 첫 초인(超人)물인 '아이언맨'이 30일 개봉한다. 그 많은 '맨' 시리즈 중에서 또 한편의 강력한 시리즈물이 탄생한 것이다.
우리에게 낯설지만 '아이언맨'은 미국 아이들에게는 우상이다. 1963년 마블코믹스의 새 만화 시리즈로 첫선을 보인 이후 악당을 쳐부수는 부자 아저씨의 영웅적인 모습은 수많은 동심을 자극했다. '비장의 무기'답게 마블 코믹스가 직접 투자해 제작까지 했다.
'아이언맨'은 처음부터 슈퍼 히어로가 아니다. 그는 '배트맨'처럼 인간이고 선택에 의해 영웅으로 되어가는 남자다.
세계 최강의 군수업체의 CEO인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자신의 재능이 세계 평화를 지키고 있다고 믿는다. 어느 날 아프가니스탄에서 자신이 개발한 신무기를 소개하던 중 테러 집단의 공격을 받는다. 토니는 억류된 곳에서 자신이 개발한 무기가 미국 젊은이들과 무고한 사람들을 죽인다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철갑옷을 만들어 탈출에 성공한 토니는 기자회견에서 다시는 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고 밝힌다. 사람을 죽이기 위한 무기가 아니라 사람을 살리기 위한 신무기 개발에 착수한다. 하늘을 나는 철갑 수트다.
그러나 테러 집단은 설계도를 빼내 토니의 적에게 전달한다. 그들은 아이언맨보다 더 크고 강한 아이언 몽거를 만들고 드디어 최강의 이들의 대결이 펼친다.
초인적인 변이과정을 거치는 영웅들과 달리 아이언맨의 토니는 보통 인간 40대다. 원작에 따르는 그는 어린 나이에 자동차 엔진을 만들고 15세에 MIT(매사추세츠 공대)에 들어갈 정도로 천재다. '아이언맨'의 원작자인 스탠 리는 실존 인물 하워드 휴즈를 모델로 삼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워드는 억만장자의 발명가, 모험가에 바람둥이다. '아이언맨'의 토니도 술과 여자를 좋아하는 유머스러운 억만장자이다.
'아이언맨'은 영웅의 업보를 타고난 기존의 '맨'들과 달리 스스로 운명을 개척한 주체적인 영웅이다. 억류되면서 개과천선해 세계 평화의 수호자로 나선다. 철갑 수트를 입고 있지만 벗으면 여전히 그는 평범한 한 인간이다. '나는 누구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배트맨과 '진화인가 돌연변이인가'를 놓고 괴로워하는 엑스맨보다 훨씬 경쾌한 캐릭터다. 흠이 없는 액션을 펼치는 그들과 달리 실수도 잦다.
자신을 괴비행체로 알고 출격한 전투기의 뒤에 붙어 친구에게 괴비행체가 나라고 전화하는 유머까지 보여준다.
이러한 설정들이 '아이언맨'을 더욱 아기자기하게 한다. '도망자2' 등에 출연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섬세한 여배우 기네스 펠트로의 관록이 묻어나는 연기도 블록버스터에 잘 어울린다.
'아이언맨'은 영웅의 탄생 배경을 전편에 설명하고 있다. 어떻게 해서 초강력 아이언 수트가 만들어지는지 그 제조과정을 자세히 보여주고 있어 당연히 2편과 3편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영화 속에서도 '다음 기회에'라는 말을 쓰고 있다.
할리우드 초능력 히어로에 반기를 든 인간적인 영웅의 탄생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감독은 배우이자 '자투라: 스페이스 어드벤처' '엘프' 등을 연출한 존 파브로이다. 125분. 12세 이상 관람가.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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