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나눔의 문화

미국 인디언들에겐 레인메이커의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레인메이커(Rain maker)는 말 그대로 비를 만드는 사람이다. 곡식이 자라는 데 필요한 단비를 내리는 주술 능력을 가지고 있어 레인메이커가 그들에겐 신앙이나 다름없었다. 요즘들어선 레인메이커가 창업자나 새로운 기업을 일으키도록 도와주는 자본투자가, 또는 자선사업가 등 다양한 의미로 쓰이고 있다.

우리 국민들의 나눔과 기부문화가 어느 정도 정착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미흡한 것 같다. 기부 활동이 일상화된 미국의 경우 전체 기부액이 274조 원에 달하고(2006년 기준), 이 가운데 개인 기부금액이 75%에 이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기업의 홍보성 기부 풍토가 주를 이루고, 개인 기부액은 35%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적십자회비가 잘 걷히지 않고 있다고 한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이 유독 심하다. 올 들어 2월 말까지 진행된 적십자 회비 모금활동 결과 대구는 목표액(21억5천만 원)의 69%를 거두는 데 그쳤다. 다시 4월 말까지 두 차례나 추가 모집에 들어갔지만 24일 현재 17억9천만 원으로 목표액의 83.6%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전국 14개 지역 중 대구는 11위, 경북은 12위로 끝에서 순위를 다투고 있다. 100년 전 국채보상운동의 불을 지피며 고통을 함께 나눴던 대구의 아름다운 전통이 낯부끄러울 지경이다.

한국전쟁 당시(1952년) 전쟁고아와 전상자 구호를 위해 대통령 지시로 시작된 적십자사 모금활동이 반 세기를 지나면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로용지를 통한 모금방식 변경과 '북한 퍼주기' 오해가 모금액이 뚝 떨어지게 하는 데 단단히 한몫하고 있다고 한다. 보릿고개 시절 적십자사는 각국 적십자사로부터 원조받은 구호품을 시민들에게 전달하고 무료급식소를 운영했다. 언청이 무료 시술, 무료 개안수술 등의 활동을 전개하며 시민의 아픔을 함께 나눴다.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서문시장 화재 등 크고 작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도 가장 먼저 달려가 재난구호 활동을 펼쳤던 적십자사다.

소외된 이웃을 돕기 위한 적십자 회비 모금을 위해 지역민들의 작은 정성과 사랑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貧者(빈자)의 一燈(일등)'이 아쉽다. 가뭄에 단비를 뿌려주는 레인메이커의 전설을 기다리며….

홍석봉 중부본부장 hsb@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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