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 前대표 간담회 발언, '일석이조' 포석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5일 당권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친박 탈당 당선자들의 복당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친박 탈당 당선자와 주류인 친이 측을 동시에 겨냥한 포석으로 읽혀진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7월 전당대회에 나가지 않을 테니 당을 나간 분들을 전부 복당시켜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당내 주류인 친이 측에 복당을 강하게 요구하면서 동시에 친박 탈당 당선자들에게 행동 통일을 주문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박 전 대표는 친박연대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복당 논란이 숙지고 있는 시점에서 다시 한번 복당을 강하게 요구했다. 박 전 대표가 최근 일부 친박 탈당 당선자에게 전화를 걸어 '행동통일'을 주문했지만 친박연대가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르면서 일부 친박 무소속 당선자들을 중심으로 "함께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권영세 사무총장 등 일부 당직자들은 "친박 무소속 당선자들은 개별 복당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흘리는 등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 간의 연결고리를 약화시키려는 시도도 있었다.

이 같은 분열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박 전 대표가 이들을 향해 어떤 형태로든 '행동통일' 메시지를 강하게 던질 필요성을 느꼈을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실제 박 전 대표의 기자간담회 직후 친박 무소속 당선자들은 오찬 모임을 갖고 "검찰 수사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친박연대와 같이 갈 것"이라며 "박 전 대표가 행동통일을 주문한 만큼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처럼 박 전 대표가 '당권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까지 복당문제를 들고 나오면서 친박 탈당 당선자들은 복당문제에 대한 공세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당 지도부를 향해 복당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압박을 강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7월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복당을 요구한 박 전 대표의 말을 뒤집어보면 복당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본인이 직접 당권 접수에 나설 수 있다는 말로도 읽혀진다. 박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당권 접수에 나설 경우 한나라당 전당대회는 차기 대권경쟁 구도로 급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박 전 대표가 이를 인식하고 있을 친이 측에 공개적인 압박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 또 이 같은 공개적인 압박이 국민들에게 강한 호소로 들려, "박 전 대표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복당을 거부하느냐"는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

이와 관련, 복당문제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박 전 대표가 또 다른 정치적 선택을 할 것이라는 섣부른 관측도 나왔다. 친박 무소속 김태환(구미을)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성격상 복당이 되지 않을 경우 또 다른 정치적 행보를 준비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친박 탈당 당선자들의 복당문제를 다시 한번 강하게 압박하면서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던 복당문제가 어느 방향으로 급선회할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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