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반갑구마. 손 한번 잡아 보입시더." 이미 옷을 벗은 지 12년이 흘렀지만 인기는 여전했다. 27일 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제6회 매일신문 영주 소백산 마라톤대회 참가자들은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팀 황영조(38) 감독이 사인회를 열자 길게 줄지어 섰다.
입고 있던 운동복과 대회 참가 번호표에 사인을 받는 이들도 많았다. 황 감독은 "선수 생활을 그만둔 지 오래됐는데 아직 많은 분들이 기억해주셔서 고맙다"며 "오늘 5㎞ 부문에서 참가자들과 함께 뛰었는데 달리면서도 인사를 하느라 바빴다"며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베이징올림픽 성화 봉송 행사에 참가해야 하는 오후 일정 때문에 일일이 사인해 줄 수 없어 미안하다는 말도 곁들였다.
황 감독은 지난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마라톤에서 경기 막판 몬주익 언덕 내리막에서 끈질기게 따라붙는 일본 선수 모리시다의 추격을 뿌리치고 우승을 차지한 마라토너.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뛰어야 했던 고 손기정옹과 온 국민들의 반세기가 넘는 묵은 한(恨)을 풀어주며 국민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2시간 8분 9초. 황 감독이 1994년 보스턴마라톤대회에서 세운 자신의 최고 기록이다. 베이징올림픽이 100여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현재 황 감독과 동갑내기인 국내 최고 기록(2시간 7분 20초) 보유자 이봉주 외에는 황 감독의 기록은 고사하고 2시간 10분대 벽을 넘을 만한 선수가 눈에 띄지 않아 안타깝다.
황 감독은 "생활 스포츠로 달리기가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 기쁘다"면서도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은 편안하게 달리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충고했다. "저 같은 선수에겐 달리기가 고독하고 치열한 레이스였지만, 아마추어들은 기록에 너무 집착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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