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변두리의 달동네가 재건축, 재개발로 하나 둘씩 사라지고 그 자리엔 번쩍번쩍한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서고 있다. 거미줄 같은 골목길, 낮술에 취한 막노동꾼, 반찬값이나 벌어보려고 손이 불어터져라 밤을 깎는 아줌마들. 치열하고 처절한 삶. 그렇지만 그곳엔 사람 사는 냄새가 났다. 그 많던 달동네 사람들은 지금 어디에 살고 있을까?
'괭이부리말 아이들'은 숙자, 숙희 쌍둥이 자매와 동수, 동준 형제, '영호 삼촌'과 김명희 선생님을 중심으로 가난한 달동네의 삶을 사실적이며 따뜻한 눈길로 그려낸 작품이다. '괭이부리말'은 인천 만석동 달동네의 별칭이다. 재개발로 집을 잃고 갈 곳이 없는 사람, 먹고 살 길이 없어 자식을 버리고 집을 떠난 부모들, 경제성장의 뒤안길로 밀린 힘 없고 돈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
빈곤, 성장일변도의 경제정책의 문제, 사회통합의 부재 등을 꼬집는 대목들도 눈길을 끈다.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적게 주기 위해 쌀값을 내려 고정하고 올리지 못하게 하는 정책들을 만들어 젊은 사람들이 농촌을 떠나 도시의 값싼 노동자로 전락하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코딱지만 한 괭이부리말을 다스리는 봉건영주처럼 동네 꼭대기에 떡 버티고 서 있는 교회' 같은 표현들도 그렇다.
숙자의 어머니는 오토바이 교통사고를 낸 뒤 빚을 잔뜩 진 아버지를 견디다 못해 집을 나갔다. 숙자는 어머니의 빈자리를 자신의 몫으로 받아들인다. 이 동네 다른 어머니들처럼 다시 돌아올지 모른다고 각오하고 있기 때문이다. 엄마가 없어도 된다며 오히려 아버지를 위로하고 철없는 쌍둥이 동생을 보살피는 숙자의 모습은 '몽실 언니'를 떠오르게 한다.
동수와 동준이 형제의 아버지 역시 돈을 벌어오겠다고 집을 나간 뒤 소식이 감감하다. 어머니는 더 일찍 집을 나갔다. 동수는 부모들로부터 버려짐, 가난의 사슬,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친구 명환과 함께 '본드'와 폭력으로 현실을 잊고 싶어 한다. 이 아이들에겐 '밟아 죽이기도 징그러울 만큼 큰 바퀴벌레들이 더불어 사는 유일한 생명'이었다.
'영호 삼촌'은 이 아이들을 자신의 보금자리에 거두어 준다. 돈이 없어 항암치료 한번 제대로 못 받고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슬픔이 가시기도 전에 영호는 아이들을 만난다. 우연히 본드에 취한 동수와 명환을 집으로 데려온다. 그리고 정 둘 곳 없는 아이들이 줄줄이 알사탕처럼 영호의 집을 들락거리게 된다. 영호의 집은 아이들에게 '광장'이다.
괭이부리말 출신인 것을 잊고 싶은 김명희 선생님. 그녀는 초교 동창인 영호의 부탁으로 동수의 상담을 맡으면서 아이들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게 된다. 그리고 거추장스럽게 여겨지던 아이들이 살갑게 다가옴을 느낀다. 그녀는 '다시는 혼자 높이 올라가기 위해 발버둥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10층짜리 아파트에서 숙자네 다락방으로 이사를 한다.
영호와 김명희 선생님의 노력 못지않게 아이들이 서로 위로하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은 감동적이다. 아무런 희망 없이 막 살아가는 것처럼 보였던 동수와 명환이도 가슴 한 구석엔 꿈이 있다. 꼬박꼬박 월급 받는 기술자가 되는 것, 좋은 아빠가 되는 것, 착한 사람으로 평범하게 살고픈 희망이다. 우리는 아이들의 이런 꿈을 유치하고 시시하다고 생각하고 살지는 않는지. 좋은 아빠, 듬직한 형보다 능력 있는 아빠, 공부 잘하는 형을 요구하고 있지는 않을까?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1. 이 마을 아이들에겐 엄마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2. 괭이부리말 아이들 같은 친구가 있다면, 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 주고 싶나?
3. 동수에게 희망을 주는 편지를 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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