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단에서] 담임의 리더십

'CEO형 대통령' 'CEO형 총장'. 요즘 자주 접하는 말이다. 'CEO'는 'Chief Executive Officer'의 준말로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를 뜻한다. 한 학급을 이끌어가는 담임의 리더십 또한 기업의 최고경영자처럼 학급 전체의 능력을 극대화시켜 학생 개개인의 보다 나은 성과를 이끌어내는 데 큰 영향력을 미치기에 담임교사 역시 '최고경영자'의 자질이 있어야 할 것이다.

CEO형 담임교사. 결과와 이익을 중시하는 기업의 경영을 과정과 인성을 중시하는 교육현장에 적용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을까. 세계 2차대전 당시 '사막의 여우'라 불리던 독일의 롬멜 장군을 무찌르고 연합군에게 승리를 안겨줬던 영국의 몽고메리 장군은 4가지의 지도자 유형을 제시했다. '똑부형'(똑똑하고 부지런한 유형)과 '똑게형'(똑똑하나 게으른 유형), '멍부형'(멍청하나 부지런한 유형), '멍게형'(멍청하고 게으른 유형)이 그것이다.

여기서 몽고메리가 꼽은 가장 경계해야 할 유형은 '멍부형'으로, 이런 사람이 군대의 지휘를 맡으면 군대가 어디로 갈지 모른다고 했다. 상급자가 이런 스타일이면 그 조직원들은 하는 일은 많은데 제대로 된 결과물은 없다. 그가 꼽은 가장 우수한 리더의 유형은 '똑게형'이다. 세(勢)를 읽는 안목과 여유를 갖추고 있으며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지도자라는 것. 히딩크 감독이 이런 스타일이다. 문제의 핵심을 꿰뚫고, 조직원들의 사기를 높일 줄 아는 지도자였다. 일일이 간섭하기보다 팀원들에게 자율을 부여하면서 실력향상을 도모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유형의 담임인가.' 13년 동안 담임을 맡으면서 그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달음과 동시에 담임 역할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일의 핵심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헛다리만 짚어 학생들을 피곤하게 만드는 '멍부형' 담임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멍부형' 교사가 되지 않으려고 스스로를 항상 경계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담임교사 유형은 '똑게형'이다. 학생 개인의 능력과 소질에 맞춰 진로지도 및 인성개발을 하고 학급 전체의 사기를 올려 학습 능력 향상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담임인 것이다. 이런 똑게형 담임이 되려면 항상 학생들이나 학부모보다 입시정책의 흐름을 먼저 파악하고 학생 개개인의 성적과 적성, 가정 상황까지 꿰뚫고 있어야 할 것이다. 담임의 판단 하나로 학생 개인의 인생 성패가 결정될 수도 있다. 더구나 고3 담임의 중요성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입시에 대한 방향과 전략을 제시, 학생의 구체적인 행동 강령을 이끌어 내고 필요한 순간에 과감히 결단을 내릴 수 있어야만 성공적인 담임이 될 수 있다.

진정한 CEO가 되기 위해서 자신만의 독특한 경영철학과 이념, 인성, 그리고 냉철한 판단력 등이 있어야 하듯이 좋은 담임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독특한 교육철학과 교육이념, 그리고 냉정한 판단, 지도력, 인간적으로 따뜻한 마음이 있어야 할 것이다.

손삼호(포항제철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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