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보스(bobos)는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데이비드 브룩스가 그의 저서 '보보스 인 파라다이스 BOBOS in Paradise'에서 부르주아(bourgeois)와 보헤미안(Bohemian)을 결합하여 처음 소개한 합성어이다. 보보스족은 부르주아의 성공과 야망에 대한 집착, 보헤미안의 저항과 창조성이라는 특성을 동시에 지닌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중상류층 엘리트를 지칭하며, 그들은 물질적 실리와 정신적 풍요를 함께 추구한다. 보보스란 용어는 사회의 한 계급을 지칭할 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문화현상에까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최근 번역된 그의 또 다른 저서 '보보스는 파라다이스에 산다'(리더스북)를 읽어보면 미국 중산층 보보스족 부모들이 자녀교육에 얼마나 열정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미국 중산층 슈퍼맘(supermom)들은 분만실에서 직접 아이의 탯줄을 자르며, 출생 순간부터 치밀한 계획에 따라 자녀를 양육한다. 중산층 가정은 행복하고 성공한 아이들을 만들어내는 공장이다. 성공한 자녀들을 길러내는 부모는 기업의 전문 경영인과 같다. 부모는 얼마나 자녀들을 잘 뒷바라지해 주는가로 자신을 평가한다. 부모는 자녀들의 즐거움에 초점을 맞춰 휴가를 계획한다. 골프, 사교생활, 독서, 심지어 성생활도 아이들을 위해 포기한다. 이들은 자녀교육에 목숨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브룩스가 지적하는 이런 내용들이 이제 우리에게 별로 생소하게 들리지 않는다. 우리의 중산층도 이미 그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브랜드마케팅연구소가 최근 중산층 아줌마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이제 아줌마는 정보수집의 주체이자 의사결정권자로 '패밀리 비즈니스'를 책임지는 최고 경영자가 됐다"라고 했다. 보고서에서 아줌마들은 남편의 월급에 의존하기보다는 주도적으로 재테크에 나서며, 본인 명의의 부동산과 동산을 가지고 주식 투자도 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교육은 여전히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자녀의 성적표가 부부의 행복지표이기 때문에 육아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했다. 설문조사에 나오는 아줌마들에 관한 보고서 내용은 미국의 보보스족을 떠올리게 한다.
정보에 강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소비 감각이 있으며, 자유롭게 사고하고 유행에 개의치 않으며, 엉뚱하고 기발하며, 일을 즐기고 여유가 있으며, 매사에 적극적이고, 돈이 많더라도 낭비하지 않는다와 같은 보보스족의 대표적 특성은 우리 중산층의 의식구조와 상당 부분 중첩된다. 무엇보다도 보보스족들의 자녀교육에 대한 극성스러운 열성은 우리 중산층 '아줌마'들의 그것과 너무나 비슷하다. 다양한 개성과 경제적 능력을 가진 아줌마, 정보 수집과 의사결정의 주체인 이 슈퍼맘들은 앞으로 더욱 거침없이 우리 사회의 교육과 소비를 주도할 것이다. 또한 이 슈퍼맘들의 건전성과 도덕성은 사회 전체의 건강성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윤일현 교육평론가·송원교육문화센터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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