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평광동 '전통 놀이터 마당'

맘껏 놀다보면 하루는 너무 짧아…

▲ 옥산초교 1학년 학생들이 다양한 전통놀이를 즐기며
▲ 옥산초교 1학년 학생들이 다양한 전통놀이를 즐기며 '체험학습'의 묘미를 만끽하고 있다.

체험학습의 계절이다. 게다가 5월엔 며칠간 학교를 쉬는 단기방학이 있어 가족과 함께 여행을 겸한 체험학습을 하기에 좋은 기회. 체험학습으로 인기 있는 한 현장을 찾았다. 그 곳에서 아이들은 마음껏 소리치고 웃었다. 공부는 책상에 앉아 책과 씨름하는 것만이 아님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사방이 초록빛 산으로 덮인 '전통놀이터 마당'(대구시 동구 평광동). 팔공산 자락에 자리해 산들바람이 더없이 시원했다.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넓은 운동장은 100명 정도의 아이들이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노는 '그들만의 세상'으로 변해 있었다.

이곳은 4년 전 폐교된 평광초교를 개조해 만든 전통놀이 체험학습장. 기자가 찾은 25일은 대구 옥산초교 1학년 학생들의 체험학습이 있는 날이었다. 여기저기 흩어져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아이들의 표정이 천진난만하다. 이곳에선 비석치기, 땅따먹기, 굴렁쇠 굴리기, 투호 등 어른들은 어릴 적 한번쯤 해봤을 놀이들이 총망라돼 있다. 모두 22가지의 전통놀이를 즐길 수 있단다.

운동장 한쪽에 자리한 널뛰기 현장에 눈길이 갔다. 왁자지껄한 분위기에서 아이들은 널빤지 위를 폴짝폴짝 뛴다. 생각대로 쉽지는 않았다. 서로 박자가 어긋나 멈추기 십상이다. 그래도 아이들의 표정엔 웃음꽃이 가득하다. 박우경양은 "처음 해보는 거라 신기하기도 하다. 마치 하늘을 나는 것 같다"고 좋아했다.

고리던지기 코너에도 아이들이 삼삼오오 몰려 있었다. 서로 경쟁하면서 고리가 들어갈 때마다 팔을 번쩍 들면서 킥킥 웃어댄다. 최현우군은 이 놀이가 가장 재미있다고 아우성친다. 지금으로 치면 퍼즐 게임인 칠교놀이도 인기다. 아이들은 흩어진 나무판을 그림대로 맞추느라 정신이 없다. 한 학생은 생각만큼 되지 않는 듯 머리를 싸맨다. 신소현양은 "아빠와 이 근처에 왔는데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다"며 "칠교놀이를 두차례 성공했는데 뿌듯하다"고 했다.

자녀를 따라온 엄마들도 몇 명 보인다. 이문희(35·대구 북구 칠성동)씨는 "아이의 첫 학교 체험학습이어서 걱정이 돼 따라왔다"며 "평소 잘 뛰어놀지 못했던 아이가 마음껏 노는 것을 보니 덩달아 즐겁다"고 말했다.

자유놀이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다음은 '나무목걸이' 만드는 시간. 저마다 테이블에 앉아 나무판을 열심히 사포로 문지른 다음 각자 사인펜으로 마음에 드는 그림을 곱게 그려댄다.

사람을 그리기도 하고 새와 구름, 자동차 등 저마다 개성넘치는 그림이 나왔다. 정미경양은 목걸이가 무척 예뻐 엄마한테 자랑할 계획이란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놀이로 강강술래가 펼쳐졌다. 운동장 앞쪽에 아이들이 동그라미 선을 따라 빙 둘러앉았다. 전통놀이터 마당의 윤재섭 소장이 강단에 서서 마이크와 북을 잡았다. "강강술래, 옥산초교 여기왔네." 아이들 대부분은 처음하는 놀이라 낯설다는 표정이다.

원 안으로 여학생들이 나섰다. 도우미 아줌마들의 도움을 받아 서로 손을 잡고 돌기 시작했다. 처음엔 서로 박자도 맞지 않고 어슬렁거리더니 조금씩 리듬을 타고선 제법 강강술래 모양이 잡혀갔다. 구불구불 '멍석말이'(오른손과 왼손을 번갈아 뒷머리에서 앞으로 젖히며 맴도는 것)에 들어가자 노래를 따라부르며 아이들 표정이 밝아진다. 일부 엄마들은 이 장면을 카메라에 담느라 '치열한 취재경쟁'을 벌였다.

다음은 남학생 차례. 남자 아이들은 가위바위보를 하며 강강술래를 펼쳤다. 윤 소장이 '닭싸움'이라고 소리치자 이내 서로 닭싸움에 들어갔다. 아이들은 넘어지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옥산초교 박상민(26·여) 교사는 "보통 아이들이 방과후 학원 가기가 바빠 서로 놀 시간이 없는데 이런 시간이라도 서로 손잡고 노니까 유익하다"며 "놀이를 통해 우리의 전통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윤 소장은 "아이들이 학원에 가야 하기 때문에 일찍 마치는 게 아쉽다"며 "다양한 놀이를 제대로 즐기려면 좀 더 적은 인원으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 5,6월에 가볼 만 한 대구 인근 체험학습지

어린이날, 석가탄신일 등. 5월은 '노는 달'이라 할 만큼 쉬는 날이 많다. 더욱이 올해는 학교재량일이니, 단기방학이니 해서 부모들이 자녀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다. 어디로 떠날까? 마땅한 곳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럴 땐 자녀의 교육적인 측면을 고려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 5, 6월에 가볼 만한 대구 인근 체험학습지를 추천한다.

▷자연염색박물관

팔공산 자락에 있는 자연염색박물관(대구 동구 중대동 567번지)에 가면 천연염색에 대해 공부하고 주말엔 직접 염색을 하는 체험도 가능하다. 염색을 할 때 여러 가지 무늬를 넣을 수 있어 아이들의 창의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동화사 가는 길에 방짜유기박물관까지 들르면 알찬 체험여행이 되겠다. www.naturaldyeing.net, 053)743-4300.

▷매실따기 체험

경북 칠곡군 기산면 낙동강변에 자리잡고 있는 송광매원에서 매실따기체험과 매실담그기 체험이 가능하다. 시원한 풍광과 강바람을 이용한 연날리기, 매실밭에서 맛보는 다도체험, 매실의 효능과 매실 담그는 방법에 대해 체험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인근 왜관의 구상문학관과 성주 세종대왕왕자태실도 유적지 체험으로 좋다. www.skmaesil.co.kr, 080-973-9400.

▷달성 도동서원

경북 달성군 구지면 도동리에 있는 서원으로 1605년(선조 38)에 영남사림학파 김굉필(金宏弼)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창건했다. 서원의 구조를 통해 강당, 강의실, 기숙사, 출판을 담당하던 장판각, 사당, 교무실 등을 지금과 비교해서 살펴보면 흥미롭다. 곽재우 장군 묘와 예연서원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053)617-7620.

▷우포늪

1억4천만년의 신비를 간직한 늪지대로 소문난 창녕 우포늪은 5, 6월 노랑어리 연꽃이 많이 피어 장관을 이룬다. 또 수서식물과 430여종의 다양한 생물군, 여름철새인 왜가리도 관찰할 수 있다. 생성 원리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알 수 있어 무척 교육적이다. 인근 창녕박물관과 창녕석빙고, 진흥왕 순수비 등도 둘러보면 역사 공부에 도움이 된다. 055)530-2690.

전창훈기자

도움말·김경호 아이눈체험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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