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대구의 실리콘밸리를 꿈꾼다.

최근 대구는 대통령 공약인 국가과학산업단지를 비롯해 대구테크노폴리스, 성서혁신클러스터, 성서과학연구단지 등 대구 경제와 산업지도를 변화시킬 전기가 될 중요한 프로젝트들이 추진되고 있다. 또 2020년을 목표로 한 지식창조형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도 진행되고 있다.

이들 대형 프로젝트들을 추진함에 있어 이전처럼 단순히 하드웨어와 인프라 개발 측면에서만 접근해서는 안 되며 성공적인 사업추진을 위해 대만의 신주사이언스파크(新竹科學工業園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새삼스레 신주사이언스파크를 거론하는 것은 그동안 많은 사람이 신주를 방문했음에도 성공요인이나 운영모델이 한국에 접목되지 않은 채 보고서로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모방해 건설된 아시아의 실리콘밸리 또는 그린밸리로 불리는 신주사이언스파크는 1980년에 625ha로 시작됐으나 지금은 1천411ha로 두배 이상 확장되었고 입주 희망기업이 줄을 서 있는 상태다. 신주시는 대만 서북쪽에 위치해 있고 자동차로 타이베이에서 1시간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인구 38만명 규모의 소도시에 불과하지만 사이언스파크 조성과 함께 대만의 대표적인 지식기반산업 클러스터로 전세계로부터 주목받는 도시로 성장했다.

2007년말 기준으로 440여개의 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연간 35조5천억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약 13만명을 고용하고 있다. 한마디로 대만 경제를 이끄는 중심축으로 성장한 것이다.

신주사이언스파크의 운영모델을 그대로 접목한 타이중사이언스파크는 조성된 지 불과 5년 만에 신주사이언스파크가 27년간 달성한 실적을 따라잡으며 계속 확장일로에 있다. 이는 신주사이언스파크의 운영모델이 신주가 아닌 다른 지역이나 국가에 접목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신주사이언스파크의 성공비결은 수도인 타이베이와 가깝고, 저렴한 땅값, 편리한 교통, 분양이 아닌 장기 저가임대제도 등 여러 가지가 있으나 대구 상황에는 두 가지 요소가 접목 가능하다고 본다.

첫째는 우수한 인력 확보를 위한 고급 정주여건 확충 및 인센티브 제공이다. 단지 조성 당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던 대만 출신 유학파 엔지니어들을 파격적인 지원책으로 불러들이고 창업을 지원해 실리콘밸리에서 무려 4천600여명의 대만 인력이 신주사이언스파크로 돌아와 기업 활동을 전개했다.

대구의 경우 국가산업단지와 테크노폴리스 등이 도심에서 떨어진 달성 지역에 위치함에 따라 우수한 인력 유치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무엇보다 주거, 교통, 문화, 편의, 휴양(여가), 교육 등 정주시설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신주사이언스파크는 연구원 가족의 정주환경개선을 위해 국제학교, 은행, 병원, 문화시설 등을 설립, 운영 중이다. 우수 인력 없이 저렴한 토지가격으로만 기업을 유치할 수 없다. 그래서 신주사이언스파크는 1천411ha중 산업용지로 46% 정도만 활용하고 나머지는 모두 연구 및 정주시설로 활용하고 있다.

둘째는 창구일원화를 통한 원스톱(One-Stop) 서비스를 제공하는 집중적인 지원체계이다. 물론 대만 중앙정부 차원에서 과감한 투자가 이뤄진 점도 있지만, 신주사이언스파크는 공장설립, 수출입, 세금, 채용 등에서부터 경찰, 소방, 쓰레기, 오수처리, 전기 등 지방정부의 역할까지 중앙정부가 한꺼번에 원스톱으로 관리하고 있다. 신주사이언스파크 관리국이 이를 한꺼번에 서비스하는 시스템이다. 공장설립을 위해 수십개의 서류를 갖고 여러 관공서를 전전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체계적인 지원시스템 도입으로 입주업체 편리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시범적으로 중앙과 지방정부가 일정한 권한을 한 곳에 위임하여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일정한 관리조직을 두고 그 조직에 중앙과 지방의 권한을 대폭 위임해 운영하는 방식을 검토해 봄직하고 그 첫 테스트베드로서 대구의 국가산업단지나 테크노폴리스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한 파격적인 정주시설 확충과 집중적인 지원체계를 통한 원스톱서비스 제공으로 성공적인 단지 조성과 함께 10년 후 변화될 대구의 산업경제지도를 그려본다.

장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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