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옥관의 시와 함께]나무를 낳은 새/유하

찌르레기 한 마리 날아와

나무에게 키스했을 때

나무는 새의 입 속에

산수유 열매를 넣어주었습니다

달콤한 과육의 시절이 끝나고

어느 날 허공을 날던 새는

최후의 추락을 맞이하였습니다

바람이, 떨어진 새의 육신을 거두어 가는 동안

그의 몸 안에 남아 있던 산수유 씨앗들은

싹을 틔워 잎새 무성한 나무가 되었습니다

나무는 그렇듯

새가 낳은 자식이기도 한 것입니다

새떼가 날아갑니다

울창한 숲의 내세가 날아갑니다

나무가 새가 낳은 자식이라고요? 동물과 식물이 이렇게 오고갈 수 있군요. 그래요, 동식물이 오고갈 수 없다면 칠레에 살던 달맞이꽃, 서아시아에서 자라던 장미가 어떻게 지금 우리 곁에 있겠어요. 우리와 우주가 일직선으로 이어져 있지 않다면, 27.3일 공전주기에 따라 차고 이지러지는 달의 움직임이 사람의 월경주기와 정확히 일치된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어요.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버펄로를 잡아먹으면 버펄로의 영혼이 자기 몸 속으로 들어온다고 생각했다지요. 그러고 보니 내 몸은 수많은 벼의 씨앗과 무, 배추의 허벅지, 콩과 조기의 영혼으로 이루어져 있군요. 벌겋게 달아오른 냄비 같은 내 머리는 당신이 만들어주었고요. 한순간도 쉬지 않고 펄펄 끓어오르는 이 그리움의 냄비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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