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백성을 울리지 마라

대구경북에 유독 선거가 많다. 지난해 4월 대구 서구에 시의원 재선거가 있었고, 연말에는 대통령 선거로 나라가 떠들썩했었다. 나라님을 뽑는 날 영천과 청송, 청도에서는 '고을 원님'도 다시 뽑았다. 해를 넘어 지난 4월 9일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27명의 지역 棟梁(동량)도 가렸고, 한숨 돌리기도 전에 이번에는 청도와 대구 서구의 '원님'을 다시 모시는 선거(6월 4일)가 대구경북민들을 기다린다.

하지만 청도와 서구의 보궐선거를 바라보는 시도민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특히 청도는 도저히 잊힐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안고 東軒(동헌)의 주인을 선출해야만 한다. 청도는 지난 연말 군수 재선거 후 잔칫집이 아닌 '초상집'이 돼 버렸다. 선거판에서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뭉칫돈이 뿌려졌고, 사법당국이 돈선거 수사에 나서자 결국 선거 사상 유례없이 2명의 군민이 자살하고, 선거 관련자 수십명이 줄줄이 구속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돈 선거와 관련해 정한태 전 청도군수도 구속됐고, 정 전 군수는 지난 22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청도는 지난 2005년 이후 4년 연속 매년 고을 원님을 새로 모셔야만 했다. 특히 이번 보궐선거는 지난해 연말 재선거 이후 불과 6개월도 안 된 시점에서 치러져 군민들의 심정이 더 착잡하다. 그래서인지 군민들 사이에선 '어디 얼굴 들고 다니겠냐' '인재의 고향인 청도가 왜 이렇게 됐는지' 등의 자조가 있었고, '아예 선거를 하지 않으면 안 되나'라는 체념 여론도 있다.

서구도 지난해 전 구청장이 결국 '돈'문제로 낙마한 지역이다. 선거법 위반 과태료 수천만원을 전 구청장이 대신 내준 것. 이 때문에 구청장을 포함해 과태료 대납 사건에 관련된 적잖은 주민들이 조사를 받고 재판을 받는 곤욕을 치렀다.

청도와 서구의 주민들은 선거에 '선'자만 나와도 치가 떨릴 지경이다. 현재의 민심대로라면 선거를 다시는 하기 싫다는 여론인 것. 하지만 고을 원님 자리를 마냥 비워둘 수는 없는 터. 고을 원님을 잘만 뽑으면 선거로 인한 아픈 상처를 치유하고, 실추된 고을의 명예도 단박에 회복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재·보궐의 원님 고르기는 어느 때보다 더 신중하고 세심하게 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이번 만큼은 '잘 뽑고 잘 부려야 한다'는 것이다.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서구와 청도에는 등청하려는 인사들이 줄줄이 출마 대기중이다. 무려 20여명이나 된다. 이들에게 민심을 감히 전달한다. 牧民(목민)의 자세가 아니면 과감히 출마를 포기하시기를….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지방관은 백성과 가장 가까운 직책이기 때문에 청렴과 절검을 생활신조로 해 명예와 부를 탐내지 말고, 뇌물을 받지 말며 백성에 대한 봉사정신으로 민의를 상부에 전달하고 백성을 사랑하는 愛恤(애휼)정치를 하라고 했다.

오직 목민의 자세로 선거에 임하고, 당선되면 역시 애민의 자세로 고을을 다스려야 할 것이다. 청도와 서구에 재·보궐선거라는 단어 자체가 이젠 사라져야 하고, 선거 뒤에는 새 원님과 백성들이 어울림 한마당을 전국에 한껏 알렸으면 한다.

이종규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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