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파괴와 환경오염으로 인하여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문제가 날로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남극 오존층의 구멍이 커지고, 열대우림의 감소와 사막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북극의 빙하와 히말라야와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이 녹아내린다는 충격적인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씨가 우주에서 내려다본 그 '파랗고 아름답고 평화로운' 지구가 실제로는 병들어 신음하고 있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금세기 들어 하나뿐인 지구를 살려 후손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 대한 인식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부응하여 기업들도 환경경영뿐만 아니라 윤리경영, 사회공헌 등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자는 '지속가능경영(sustainability management)'의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날에는 고객들이 원하는 좋은 품질의 상품과 서비스를 팔아 많은 수익을 올리면 우량기업이 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기업들이 이윤극대화에 몰두한 나머지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하는 한편, 자연파괴나 환경오염을 서슴지 않거나 불투명한 회계처리 등으로 기업 윤리를 저버린 적도 적지 않았다. 엔론과 월드컴의 회계 부정, 소니의 게임기 카드뮴 적발, 나이키의 아동노동 사용, 모건스탠리의 성차별 소송 등은 윤리경영과 환경경영에 실패하여 일거에 추락한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그러나 이제 경영의 패러다임이 새롭게 바뀌고 있다. 참다운 우량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재무적 성과가 좋아야 할 뿐만 아니라, 세계 기준에 입각한 지속가능경영을 적극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속가능경영은 기업 이미지를 높이고 경영상 리스크를 줄여줌으로써, 기업에 건강과 장수의 DNA를 심어준다.
이러한 지속가능경영의 확산과 더불어 돈의 흐름도 사뭇 달라지고 있다. 사회공헌도가 높고 투명하며 환경경영을 잘 실천하는 '착한 기업'에 돈이 몰리고 있다. 다시 말해서 지속가능경영을 잘 하는 기업들의 주식에 투자하거나 돈을 빌려주는 '사회책임투자'(SRI: 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 또는 '지속가능금융'(Sustainable Finance)' 시장이 날로 커지고 있다. 재무적 성과 위주로 기업 가치를 평가하던 투자자들이 이제는 잣대를 바꿔 재무제표의 이면에 숨겨진 무형의 가치를 눈여겨보고 평가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의 SRI 규모는 무려 6조달러(6천조원)에 달하고 있다. SRI는 일시적으로 유행하는 단순한 투자전략이 아니라, 연기금 등 대형투자자들이 주도하고 있어 앞으로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시장이다. 특히 2005년 교토의정서 발효와 2007년 발리로드맵 채택을 계기로 세계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탄소배출권 거래를 비롯한 환경 관련 금융시장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세계적인 초우량기업인 GE는 향후 환경 관련 산업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내다보고 'Green(환경) is green(돈)'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환경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SRI의 불모지가 아니다. 현재 1조8천억원인 국내 SRI 규모가 오는 2011년에는 5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SRI의 평균 수익률이 주가지수 상승률보다 더 높아 '착한 기업이 돈도 잘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대구은행이 처음으로 판매한 SRI펀드인 '프런티어 지속가능기업 SRI주식투자신탁'의 수익률(21.3%)은 코스피지수의 상승률보다 더 높았다. 이 펀드는 윤리경영·사회공헌·환경경영을 모범적으로 잘하는 국내 40여개 기업에 투자했으며, 펀드 판매로 얻은 수익금의 10%를 사회복지단체에 기부하여 돈이 없어 눈 수술을 할 수 없는 백내장 환자 등의 개안수술 비용으로 쓰도록 했다.
SRI는 착한 기업들에게 돈이 흘러가도록 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지속가능경영의 확산을 북돋울 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에게는 높은 투자수익을 보장해 주고, 게다가 수익금의 일부를 어려운 이웃을 돕거나 환경보존을 위해 쓸 수 있다는 점에서 一石三鳥(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 할 것이다. 또한 SRI는 국가와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성장 동력이자 블루오션이기도 하다.
이화언 대구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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