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 승리 요인은 침체된 경제를 살릴 것이라는 국민들의 기대감 때문이었다. '747 공약(연간 7% 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경제강국)'으로 대표되는 당시 이명박 후보의 대선 캐치프레이즈는 노무현 정권에 더 이상 기대를 걸지 못하던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로 다가왔다.
신정부가 출범한 지 2개월이 지난 지금 여전히 국민들은 이 정권이 경제를 살릴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솔직히 걱정스럽다. 혼란스럽고 정책이 있는지조차 궁금하다.
747공약은 처음부터 무리였다. 이는 우리 정부의 탓만이 아니니 나무랄 일이 아니다. 글로벌 시대에 작은 국가 힘으로 아무리 발버둥친다고 해도 될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솔직하지 못하게 끝까지 '7%는 몰라도 적어도 6% 성장은 가능하다'고 호언했다. 거의 모든 민간 경제연구기관들이 5%대 성장도 버겁다고 했지만 불과 얼마전까지 6% 성장을 포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런 정부가 28일 대통령 및 장관들과 재계 대표들이 참석한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민관 합동회의'에서 '성장률 6% 달성은 어려우며 일자리도 올해 목표 35만명에서 20만명으로 감소가 예상된다'는 발표를 내놓았다. 뒤늦게나마 잘못된 기대를 수정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지만 생활에 햇빛이 들기를 기대하던 국민들에겐 '바꿀 걸 갖고 왜 그렇게 고집했는가'라는 실망을 안겨준다.
다른 경제정책들도 혼선 투성이이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국가 大事(대사)들이 왔다갔다 하기 일쑤다. 혁신도시가 대표적인 사례.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공공기관을 이전해 지역 거점도시를 건설하는 혁신도시는 지역민들의 큰 염원이었고 지난 정부의 최대 정책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이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자 지난 정권 땐 홍보에 열을 올렸던 정부부처마저 하나같이 혁신도시가 문제투성이였던 것처럼 흠집내기에 동참하는 양상이다. 지역의 반대가 거세지자 정부와 집권여당은 '보완이 필요하다'고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있긴 하지만 하겠다는 건지, 만다는 건지 도통 헷갈린다.
경제 회복의 상징처럼 떠올랐던 한반도 대운하는 효용 여부를 떠나 논의 전개 과정 자체가 문제투성이처럼 보인다. 국민들의 찬반 논란은 접어두고 집권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이 바람에 대운하 추진에 맞춰 조직체계를 바꾸고, 이를 지역 경제 활성화의 디딤돌로 삼으려던 지방자치단체들은 혼란에 휩싸여 있다. 하는지 안하는지 애매한 상황에 느닷없이 국토해양부 장관이 나서서 '민간의 제안이 있으면 의견 수렴을 거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정과제에서도 제외됐고 국운이 걸린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반대가 심해 총선 공약에도 넣지 못했던 대운하 건설을 다시 하겠다는 것도 바람직해 보이지 않지만 한반도의 대역사가 될 사업을 마치 민간의 영역인 것처럼 떠넘겨 버리는 듯한 발상은 할말을 잃게 한다. 정말 해야겠으면 정부 정책으로 채택해 국민의 의견을 물어 당당하게 추진할 일이지 어떻게 민간 기업의 일로 치부할 수 있단 말인지 모르겠다. 잘못되면 책임도 민간 기업에 떠넘기겠다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물가만 봐도 그렇다. 대통령이 서민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해 50개 생활필수품을 선정해 관리하라고 했다고 특별관리에 들어갔지만 한달 뒤 이들 품목 중 상당수가 크게 올랐다. 인위적으로 물가가 관리되는 것이 아닌데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품목을 선정하느라 난리법석을 떤 것이다.
경기부양을 위한 추경편성은 또 어떤가. 대통령의 '세계잉여금으로 남아 있는 예산을 잘 쓰는 방법을 강구하려 한다'는 말을 듣고는 정부가 5월 임시국회에서 추경 편성에 나섰다. 물가안정에 강한 무게를 두던 것이 경기 부양으로 급선회했다. 하지만 여당 정책위의장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고 급기야 청와대도 '5월 추경 편성은 하지 않는다'며 정부 손을 들어주지 않아 정부만 머쓱한 꼴이 됐다.
심각한 내수위축 상황을 고려해 추경을 편성하겠다는 것은 정부의 판단으로 존중돼야 하지만 문제는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는 공직자들의 자세에 있다.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깊은 고민과 토론을 한 후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해 정책으로 관철시켜야지 지시만 기다린다면 국록을 먹을 자격이 없다.
새로 출범한 정부를 믿었다가 낭패를 당한 후 차기 정권이 출범할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국민들이 많아지는 전철이 되풀이될까 벌써부터 걱정된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