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기업 프렌들리' 도시로 거듭나야

올해 30대 그룹이 95조6천억 원을 투자하기로 한 대상에서 대구 경북은 눈 씻고도 찾아볼 수가 없다. 5천억 원에서 조 단위가 투자되는 대형 프로젝트만 모두 17개에 이르지만 이 지역에서는 단 한 건의 투자도 건지지 못한 것이다. 대구 경북 지역이 국내 대기업으로부터 버림받은 셈이다.

대기업들의 올해 투자 계획은 수도권 및 남서해안 항만에 집중해 있다. 새 정부의 노골적인 '수도권 챙기기' 정책에 편승하려 하고 있다는 인상마저 갖게 한다. 수도권 규제 완화에다 혁신도시 재검토 등 국가균형발전정책을 후퇴시키려는 움직임을 기업들이 놓칠 까닭이 없는 것이다. 서둘러 지방 투자 계획을 없던 일로 하고 있는 대표적 사례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구미사업장을 세계 정보통신산업의 메카로 만들겠다며 '구미기술센터' 기공식을 거창하게 가졌다. 하지만 곧바로 공사를 중단한 후 지역민들의 재개 요구에 꿈쩍도 않고 이번 투자 계획에서도 발을 뺐다.

대구경북이 어려운 현재의 경제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기업 유치가 필수라지만 정작 대기업으로부터 외면받는 원인을 냉정히 짚어봐야 한다. 기업은 기업 하기 편하고 수익이 나는 곳을 따라 움직인다. 대구만 하더라도 줄곧 '기업 하기 좋은 도시'를 외쳐 왔지만 얼마나 '기업 프렌들리'한 정책을 세우고 집행해 왔는지는 이번에 대기업들이 투자를 외면한 데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지나친 수도권 챙기기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수도권을 묶어두라는 주장만 펴서는 지역 발전은 없다. 기업들이 투자하고 싶은 매력을 갖도록 각종 제도를 갖춰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전북 군산 같은 도시들이 과감한 '기업 프렌들리' 정책을 펴면서 줄어들던 일자리와 인구가 늘어나는 변화를 일으키고 있음을 본다. 대구 경북도 발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기업들로부터 영원히 버림받을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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