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충주호에서 맞는 5월'

봉우리마다 스며든 옛이야기 뱃전에 소근소근

신록이 점점 푸르러져가는 5월이다. 초록을 만끽하기 위해 충주호로 떠났다. 장회나루와 청풍나루, 충주나루를 오가는 배에 몸을 싣고 절경을 감상해보자. 말 그대로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나뭇잎에는 물이 오르고, 그 푸르름이 물빛에 스며들고 있는 요즘, 장회나루와 청풍나루를 왕복하는 배를 탔다. 절경을 감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봉우리마다 옛 이야기들이 스며들어 있어 더욱 의미있는 뱃놀이다.

장회나루와 청풍나루 사이에 단양8경 중 2경인 구담봉·옥순봉을 볼 수 있다.

깎아지른 듯한 장엄한 기암절벽 위의 바위가 거북을 닮은 것이 구담봉의 유래. 조선 인종 때 이지번이 벼슬을 버리고 은거, 푸른 소를 타고 강산을 청유하며 칡넝쿨을 구담의 양쪽 언덕에 매고 비학을 만들어 타고 왕래하니 사람들이 이를 보고 신선이라 불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제비봉과 금수산, 멀리는 월악산이 감싸 충주호 수운관광의 최절경지로 손꼽히고 있다.

희고 푸른 바위들이 대나무 순 모양으로 천여척이나 힘차게 치솟아 절개 있는 선비의 모습을 하고 있는 봉우리를 옥순봉이라 한다. 옥순봉은 원래 청풍에 속해 있었는데 조선 명종 때 관기 두향이가 단양 군수로 부임하는 퇴계 이황 선생에게 옥순봉을 단양군에 속하게 해달라고 청했다. 퇴계 이황 선생이 청풍부사에게 청했지만 청풍부사가 허락하지 않자 퇴계 선생이 석벽에 '단구동문(丹丘洞門)'이라는 글을 암각, 이곳을 단양의 관문이며 군경계로 정했다. 뒤에 청풍부사가 남의 땅에 군계(郡界)를 정한 자가 누구인가를 알기 위해 옥순봉에 가보니 글씨가 힘차고 살아있어 누구의 글씨냐고 묻자 퇴계의 글씨라고 하니 감탄하면서 옥순봉을 주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옥순봉은 소금강이라는 별칭을 가질 정도로 절경이다. 주변에는 강선대와 이조대가 마주하고 있으며, 강선대는 높이 15m의 층대가 있고 대 위에는 100여명이 앉아 놀 수 있다. 관기 두향이 풍기군수로 전임한 퇴계 이황을 그리면서 강선대 아래에 초막을 짓고 살다가 죽으면서 "이곳에 묻어 달라"하여 장사 지냈단다. 그 후 기녀들이 이곳에 오르면 반드시 술 한잔을 그의 무덤에 올렸다. 충주댐 수몰로 강선대 위 양지바른 산에 이장, 매년 관기 두향의 넋을 기리는 제를 올리고 있다.

봄바람을 맞으며 봉우리 마다 얽힌 전설을 되새기며 감상하고 있노라면 한시간 반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신록의 계절 5월을 배 위에서 맞이하는 기분이 새롭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가는 길

소백산관광목장으로 바로 가기 위해서는 중앙고속도로 타고 예천 IC에서 내려 우회 도로로 3km 정도 간다. 우계삼거리에서 단양·상리 방면으로 좌회전, 30분 정도 산길을 오르면 저수령재를 넘어 도착할 수 있다. 충주호로 가려면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단양IC에서 내리는 것이 빠르다.

먹을 거리

소백산관광목장 한우전문식당에는 목장에서 직접 생산하는 한우를 맛볼 수 있다. 한우 암소꽃등심(100g 7천원), 갈비살(100g 7천500원), 암소모듬(100g 5천원) 등 부위별로 식당에서 구워먹을 수 있다. 식당 이용료 1인당 2천500원을 내면 밑반찬 등이 나온다. 이곳에서 키우는 한우는'황초와우'로, 제천에서 재배한 약초를 먹여 키운다. 여름에는 야외 숯불구이 시설에서 고기를 구워먹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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